연탄값 기습 인상에 ‘사랑의 온기’ 식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8일 03시 00분


최근 연탄 판매가 19.6% 올라… ‘사랑의 연탄’ 지원단체들 비상
후원금도 줄어 공급차질 우려

정부가 연탄값을 올리면서 겨울철 단골 기부 메뉴인 ‘사랑의 연탄’도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한림대 학생들이 강원 춘천시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구입한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 한림대 제공
정부가 연탄값을 올리면서 겨울철 단골 기부 메뉴인 ‘사랑의 연탄’도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한림대 학생들이 강원 춘천시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구입한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 한림대 제공
정부가 최근 연탄 판매가격을 최고 19.6% 올리면서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연탄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연탄’ 지원단체들도 기습적인 연탄값 인상에 비상이 걸렸다.

연탄 1개는 소비자 가격 기준 700원에서 약 800원으로 올랐다. 고지대와 농어촌산간벽지 등에서는 배달료를 포함하면 900원이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연탄값 인상은 그만큼 서민들의 호주머니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소비자 가격이 700원일 때는 100만 원으로 연탄 1428장을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1250장밖에 살 수 없다.

앞서 정부는 2016년과 지난해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연탄값을 올렸다. 2015년까지 500원이던 연탄이 최근 3년 사이 개당 300원 오른 셈이다. 연탄 가격 인상은 우리나라가 2010년 주요 20개국(G20)에 제출한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계획’에 따른 조치다.

사랑의 연탄 후원단체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올해 300만 장의 연탄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가격 인상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후원의 손길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27일 연탄은행에 따르면 10, 11월 연탄 후원은 총 40만 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만 장에 비해 47% 감소했다. 연탄 후원자들이 연탄을 직접 구입해서 기부하기보다는 현금을 기부하는 방식이어서 후원금은 예전과 같더라도 실제 연탄 후원량은 줄어드는 셈이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기습적인 연탄 가격 인상으로 올겨울 연탄 후원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에너지 빈곤층의 겨울나기를 위해 온정의 손길이 더없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연탄은행은 연탄 가격 인상에 따라 정부가 연탄쿠폰 지원금액을 늘렸지만 서민들의 겨울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6만3000가구에 대한 연탄쿠폰 지원금액을 기존 31만3000원에서 40만6000원으로 올렸다.

연탄은행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 연탄사용량은 150장이다. 10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필요한 연탄은 1050장 정도다. 그러나 연탄쿠폰만으로는 400∼500장밖에 구입할 수 없어 600장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허 대표는 “한 달에 몇만 원을 추가 부담하는 것을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빈곤층에게는 생존의 위협이나 마찬가지”라며 “연탄쿠폰제도를 전면 개혁하고 대상자도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에너지빈곤층과 전국 31개 지역 연탄은행이 연대해 연탄 가격 인상 철회 서명운동과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 국민 청원 등을 벌일 방침이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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