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닷→도끼→비→휘인→차예련…‘빚투’ ‘훔친수저’ 신조어에 연좌제 논란까지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11월 28일 09시 22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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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인의 부모에게 돈을 떼였다는 폭로글이 온라인에 연이어 올라오며 이른바 ‘빚투’(빚too·나도 떼였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빚’과 ‘미투’(Me too)를 합한 말이다. 또 금수저, 흙수저도 아닌 ‘훔친 수저’라는 말도 생겨났다.

래퍼 마이크로닷으로 시작된 ‘빚투’는 래퍼 도끼에 이어 가수 비, 마마무 휘인, 배우 차예련으로 번진 상황이다.

마이크로닷은 ‘20년 전 그의 부모가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야반도주했다’는 내용의 폭로 글이 기사화되자 “사실이 아니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가 추가 증언·증거가 잇따르자 이틀 만에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 것이었다”고 사과하며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 일이 있은후 연예인 부모로부터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의 폭로글이 속속 올라왔다. 래퍼 도끼가 논란을 이어받았다. 26일 도끼 어머니의 중학교 동창 A 씨는 ‘IMF 이후 김 씨에게 1000여만 원을 빌려줬으나 받지 못했으며 연락도 닿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도끼 역시 초반 대응이 화를 키웠다. 그는 이미 법적으로 끝난 일이며 ‘1000만 원은 내 한 달 밥값’ 등의 발언을 했다가 뭇매를 맞았고 결국 하루 뒤인 27일 피해자와 오해를 풀고 자신이 갚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가수 비와 마마무 휘인 배우 차예련으로 옮겨갔다.

27일 B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과거 자신의 부모가 비의 부모에게 사기를 당해 총 2300만 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 측은 곧바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으며 빠른 시일 내로 당사자와 만나 채무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아라는 입장을 냈다.

같은 날 마마무 휘인은 어머니와 이혼한 후 연락이 닿지 않는 아버지의 빚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C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휘인 아버지의 결제 대금 미지급으로 인해 화물 기사들의 독촉 전화에 시달리다가 췌장암으로 사망했으나 휘인의 아버지는 벤츠를 끌고 다니며 돈이 없다고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휘인은 소속사를 통해 “현재 저는 친아버지가 어디에 사시고, 무슨 일을 하시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피해 사실을 접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차예련의 경우 아버지가 과거 토지거래 사기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피해자의 폭로로 드러났다. D 씨는 “차예련의 아버지가 차예련의 명성을 이용해 사기를 쳤다”며 “채무에 대해서는 단 한 푼도 값지 않고 오히려 재판 도중 몇 차례나 합의금을 주는 것처럼 속여 부모님을 농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차예련은 19세 때 아버지의 부도로 가족이 흩어져 살게 됐고, 이후 15년간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가정사를 고백하며 그간 아버지의 빚을 대신 변제한 액수가 약 10억 원이라고 밝혔다.

며칠만에 도미노처럼 번진 ‘빚투’릴레이에 연예계가 술렁이고 있다. 누리꾼들 역시 자식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훔친 수저’를 물고 자란 자식은 연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렵게 성공하고도 부모의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원서는 안된다’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상 법적으로는 자녀가 살아있는 부모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은 없다. 부모가 세상을 떠났더라도 상속을 포기하면 된다.

다만 사안마다 구체적 사정이 달라 어떤이는 ‘욕’을 먹고 어떤이는 ‘격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휘인이나 차예련의 경우 아픈 가정사가 밝혀지면서 오히려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닷이나 도끼의 경우 당초 대응 차원에서 경솔한 발언이 화를 키웠다.

빚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부모 이혼하고 남남으로 살아왔는데 부모 중 한 사람이 연예인 자식 이름 팔아서 빚진 경우까지 마구 폭로해 버리면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에게 큰 상처와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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