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이용해 퇴근하다가 크게 다친 요리사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원심을 깨고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대중교통·자전거 등으로 출퇴근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법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점을 감안해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봤지만, 2심은 개정 법이 소급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이승영)는 요리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지급을 거절한 결정을 취소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 소재 음식점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A씨는 2014년 밤 11시께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갓길로 떨어져 척추와 다리 등을 크게 다친 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용자가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닌 수단으로 이동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등을 들어 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했고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2016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이 산재보험법을 적용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위법한지 여부였다. A씨가 소를 제기한 시점은 산재보험법 제37조 1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이후로 개정 입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때였다.
1심은 “근로복지공단은 무작정 구 산재보험법을 적용해 처분할 것이 아니라 개선입법이 있기를 기다린 후에 처분했어야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된 조항을 적용해 요양급여 신청을 거절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이 같은 판단은 뒤집혔다.
2심은 “헌법불합치 결정 후 소송이 제기된 이 사건에는 개정 산재보험법 조항을 소급해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자전거가 A씨 소유인 점, 자전거만 이용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사업주의 지배 관리 아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들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지난 2016년 헌재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3(합헌) 대 6(위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합리적 이유 없이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순 위헌으로 선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의 공백을 우려해 2017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하라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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