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한복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 위원장의 육성을 켠 사람들은 지난 21일 출범한 ‘백두칭송위원회 꽃물결 대학생 실천단(꽃물결)’이다. 대학운동권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 22일부터 종로구 혜화역을 시작으로 왕십리, 건대입구 등 서울 시내 대학가 곳곳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환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신촌에 모인 10여명의 단원들은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김 위원장이 앞선 남북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연내 서울 방문을 뜨겁게 환영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단원은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먼 과제 같았던 통일이 다 왔다는 느낌이 든다”며 “우리가 (그동안) 주고 받은 것은 감귤과 송이버섯 뿐만이 아니다. 그 상자 안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동포의 민족애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머지 않았다”며 “더 크고 따뜻한 통일의 바람이 한반도에 올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시는 그날 우리가 한 마음으로 환영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단원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평양 시내에서 카 퍼레이드를 했을 때 수많은 주민들이 문 대통령을 환영했다”면서 “이는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향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열렬히 환영할 때”라며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에서 받은 엄청난 환대와 환영 이상으로 (김 위원장을) 환영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시대, 통일의 시대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여성 단원은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이 지난 9월에 문 대통령을 환영하고 칭송했던 것처럼 (김 위원장을) 열렬히 환호해보자”며 “평양이 했던 만큼 우리도 해야 낯이 서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캠페인 현장에서는 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전과 남북 정상회담 및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의 영상 상영이 함께 진행됐다.
모금함이 설치되는 한편 한반도 배지와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메시지가 적힌 차량용 스티커가 각 20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꽃물결에 따르면 이를 통한 수익금은 김 위원장 환영을 준비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호응은 별로 없었다. 꽃물결 단원들이 김 위원장 환영의 메시지를 받는 포스트잇 이벤트를 권했으나 찬 바람에 옷을 더 여밀 뿐 빠르게 자리를 뜨는 시민들만 눈에 띄었다. 현장을 지나는 젊은이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지기도 했으나 잠시 뿐이었다.
환영 캠페인에 반대하는 모습들도 포착됐다.
시민단체 활빈단의 홍정식 대표는 ‘김정은 열렬환영 기쁨조 규탄! 고모부 고사포 처형, 형 독살 살인마가 위인이냐? 공산당이 좋다니? 미쳐도 곱게 미쳐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꽃물결이 캠페인을 벌이는 앞에 마주 섰다.
이후 ‘인권 유린’ ‘친족 살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나타난 또 다른 남성은 “인권 유린을 두둔하는 인권 대통령 웬 말이냐. 김정은 한국 오지 마라. 수많은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고 여고생을 성노예로 쓰는 김정은을 환영하는 게 웬 말이냐. 김정은은 개XX”라고 외치다 경찰에 저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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