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높은 벽과 바위가 가로막고 있어도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을 상대로 우리는 언제까지고 계란을 던지겠다.”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77) 공동대표는 29일 대법원의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다카하시 씨의 말대로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배상을 받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30일 옛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확정 판결이 내려졌지만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나서 기업들에 개별 배상이나 화해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한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 측이 벌이고 있는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일한 청구권협정과 이에 관한 일본 정부의 견해, 일본의 확정 판결에 반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외무성의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항의했다. 우리 외교부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청사로 불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 고위 관계자들의 최근 과격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한일 정부가 같은 날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피해자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이달 12일 신일철주금 일본 본사를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일본 측이 끝까지 협조하지 않으면 국내에 있는 일본 기업의 재산을 국내 법원을 통해 강제 집행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 집행이 되더라도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이 계속 거부하면 법 절차상 실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해마루 소속 김세은 변호사는 “대상 기업들과 대리인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강제 집행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