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베이비시터 ‘관리 제로’…아기만 고통 속에 죽어갔다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5일 17시 53분


베이비시터(육아도우미)에게 맡겨진 15개월 영아가 하루 한 번 우유만 겨우 받아먹는 등 학대에 시달리다가 끝내 숨졌다.

정부가 손을 놓은 동안 관리·감독 사각지대에서 생후 6개월~18개월 영아들이 성인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간단한 온라인 소개글이나 지인의 말을 믿고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는 부모들이 큰 불안감을 느끼는 가운데 민간 베이비시터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강수산나)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김모(38)씨를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12년부터 베이비시터로 일해온 김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거주지에서 주로 주말에만 아이들을 맡아왔다. 이 아이들은 주중엔 24시간 어린이집에 머물러 사실상 부모의 손을 떠난 상태였다.

김씨가 대가로 받은 돈은 월 40~100만원 수준이었다. 아이를 데려가기로 한 날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추가로 하루 5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지난 10월12월께부터 A(당시 15개월) 영아가 잦은 설사를 해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등 일이 늘어난 것에 화가 나 열흘 동안 하루 한 차례 우유 200cc만 먹였다. 수시로 주먹과 발로 수시로 때리기까지 했다. 경련이 일어나고도 24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A영아는 결국 지난달 10일 사망했다.

김씨의 만행은 A영아 사건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2016년 3월에서 지난 10월까지 각각 생후 18개월, 6개월이던 B영아와 C영아를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아이를 대야에 두고 뜨거운 물을 틀어 화상을 입게 하거나 코와 입을 틀어막은 채 욕조에 전신을 담가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다.

베이비시터는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있어 담당 정부 부처가 아예 없는 실정이다.

김씨는 10여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고 폐쇄병동 입원 전력도 있었지만 김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할 기관은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자격제한이) 전혀 없다. 통상 친정 부모나 지인에게 아이 맡기듯 개인적으로 돈 주고 맡기기 때문에 불법으로 할 수도 없고 현행법으로 처벌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A양 사망 당시 김씨는 자격도 없이 한번에 5명을 돌보고 있었지만 법의 제한도 받지 않았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의 경우 교사 1명당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을 맡는다.

여가부 측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이돌봄서비스(아이돌보미)를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 베이비시터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대기 기간 등의 문제로 아이돌보미 서비스 이용률이 저조하고 상당수 부모가 민간 베이비시터에 의존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동 영유아에 대해선 자격을 관리해서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긴 한다”며 “아이돌보미를 양성하고 대상 가정 수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정희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무자격자가 아이를 돌볼 경우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등록제라도 실시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24시간, 주말 등 부모들의 다양한 수요를 현 시스템이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