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 검사로 ‘이상무’ 판정 27년째 ‘무교체’
노후 배관 분당 77%로 가장 많아 강남 반포 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온수 배관 파열 사고 현장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정부가 4일 발생한 경기 고양시 백석동 지역난방 열 수송관 파열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 있는 노후 온수 배관을 긴급 점검하고 있지만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이다. 안전성 문제가 여러번 지적됐지만 사고가 난 뒤에야 늦장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는 전날(5일)부터 20년 이상된 온수 배관에 대해 전방위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장기사용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전체 배관 2164km 중 1988년 이전에 설치된 20년 이상 사용한 배관은 686km로 전체의 32%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분당이 노후 배관이 가장 많았다. 전체 배관 248km 중 무려 77%에 달하는 191km가 20년 이상 사용됐다. 다음으로 강남(54%), 이촌·반포·마포 일부(53%),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고양(50%), 대구(34%), 수원(33%), 청주(12%), 용인(11%) 순으로 노후 배관이 많았다.
세종, 화성, 동탄, 파주, 삼송, 판교 등 신도시 지역은 배관망이 설치된지 20년이 되지 않아 노후된 배관이 없었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전국 18개 지사에서 20년 이상된 온수 배관에 대해 전방위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노후화된 열 수송관이 문제가 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열 수송관 결함 발생중 대부분이 노후화에 의한 것이며 불완전한 초기공법, 구조적 결함 등에 의해서도 결함이 발생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몇 차례 경고가 있었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올해 9월 난방공사의 열 배관 위험현황도 등급 산정과 유지보수가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조치를 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지표면 온도 차는 배관의 노후 정도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되는데 난방공사 각 지사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배관 설비가 잘못돼 이번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4년 국감에서 열 배관의 수명이 보통 40~50년인데 수명이 20년도 더 남은 열 배관에서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애초 배관 설치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난방공사의 부실한 관리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열 수송관의 경우 난방수 유출, 지반 침하, 균열 등 10개 항목을 매일 1차례 점검해야 한다. 난방공사 측은 사고 당일 6시간여 전에 점검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사고 구간은 10월 점검에서 잔여 수명이 1년 이하인 1등급으로 분류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보수는 없었다. 1년에 두 차례 동절기와 해빙기에 진행하는 열 화상 점검에서도 이상이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난방공사는 “점검을 통해 이상이 발견되면 열 수송관을 교체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 구간의 경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27년째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구간”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오는 12일까지 긴급 점검을 실시한 뒤 문제가 발견된 열 수송관은 즉시 교체할 방침이다. 이후 다음달 12일까지 관로의 구조, 상태 분석 등을 통해 위험등급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밀진단을 진행하고 이에 기반한 종합관리대책을 내년 초 마련해 위험예상구간 열 수송관을 조기 교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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