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여사·노 혼외자 거론에 4억5천 전달…채용 관여도
공천 헌금 의혹 등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집중 수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등을 사칭해 사기행각을 벌인 40대 여성이 기소된데 이어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조만간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시장이 ‘가짜 권양숙’에게 송금한 돈의 성격과 채용청탁에 관여한 이유가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검찰과 경찰, 지역정가 등에 따르면 전날 사기와 사기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49·여)는 최근 몇 년간 광주와 전남지역 주요 정치인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며 SNS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같은 활동하면서 일부 자치단체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부인·혼외자’ 거론 수억원 편취 등
김씨는 지난해 12월 가족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윤 전 시장에게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원이 급히 필요하니 빌려주시면 곧 갚겠습니다’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윤 전 시장은 문자를 받고 직접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상도 말투를 쓰면서 김씨는 권 여사의 행세를 했고, 윤 전 시장에게 사람을 보낼테니 만나보라는 이야기했다.
그렇게 김씨는 윤 전 시장의 집무실을 찾았고, 권 여사의 딸도 사업상 어려움을 겪어 중국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속였다.
특히 김씨는 윤 전 시장에게 자신을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2명을 보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혼외자 2명이 직장에 취업도 못하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은 김씨의 말에 속아 은행 2곳에서 3억5000만원 상당을 대출을 받는 등으로 마련한 돈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금액을 김씨의 어머니 통장에 보냈다.
윤 전 시장은 김씨의 아들과 딸을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믿고 채용에 도움을 줬다.
김씨의 아들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광주시 산하기관에 임시직으로 채용됐고, 김씨의 딸은 계약직 교사로 광주의 한 사립학교에 채용돼 근무를 해오다가 최근 사직했다.
윤 전 시장은 광주시 산하기관 채용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학교측 관계자들에게 채용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해당 학교측 관계자 등 수명에게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인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내 채용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씨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됐고 김씨의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던 윤 전 시장도 다음주 초에는 검찰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헌금’ 의혹 수사로 밝혀지나
윤 전 시장의 수사에 최대 쟁점은 공천 헌금 등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이다.
김씨의 자녀의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에 대해서는 윤 전 시장이 “정말 노무현 대통령의 혼외자녀로 생각했다”면서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인 13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윤 전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씨가 경찰조사에서 ‘재선도 하셔야 될 텐데. 잘 되시길 바란다’는 덕담 수준의 말을 윤 전 시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직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지역민을 산하기관에 취업시킨 점 등도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씨의 통장으로 보낸 돈의 성격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위한 의도가 짙다고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윤 전 시장을 사기 피해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을 통보했엇다.
일각에서는 전직 광주시장이자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시민운동가를 피의자로 소환하기 쉽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정황증거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윤 전 시장은 ‘공천 헌금’ 등 공직선거법 연루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권 여사의 딸이 사업상 어려움을 겪으며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고, 노 전 대통령 ‘혼외자’가 광주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말에 속아 4억5000만원을 보냈다는 게 윤 전 시장 주장이다.
윤 전 시장은 “(김씨가)권 여사 목소리로 전화를 하면서 혼외자 이야기 등을 하면서 광주에 도움을 청해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에 몰입해 제대로 된 확인과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이 ‘공천 헌금’ 성격으로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선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고 해 빌려준 것”이라며 “공천을 염두에 뒀다면 계좌추적이 가능한 금융권 대출을 받아 실명으로 송금했겠느냐. 상식적인 문제”라고 항변했다.
윤 전 시장이 다음주 초 검찰에 출두해 관련 조사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수사를 통해 관련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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