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부터 강릉 KTX 탈선까지 총 10차례
“잇단 사고에도 코레일 안전의식 결여 심각”
8일 오전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를 비롯해 최근 20일간 무려 10건의 열차 사고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잇단 사고에 국무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의 질책에 코레일은 차량 관련 분야 책임자 등을 보직 해임하고 비상대책을 시행했지만 탈선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민 불안은 오히려 가중되는 모양새다.
10일 철도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강릉선 KTX 탈선 사고까지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구간에서 1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크고 작은 사고가 난 셈이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강릉선 KTX 사고 발생 불과 3일 전인 지난 5일 대전 코레일 본사를 직접 방문해 철도사고 등과 관련,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게 사고대응 매뉴얼, 유지관리체계, 직원훈련 등을 재정비해 철도안전대책 개선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보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코레일 등 산하기관장을 불러 오송역 단전사고의 부적절한 조치 등을 강하게 질책하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와 장관의 질책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게다가 강릉선 KTX 사고는 탈선이라는 점에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1998년 독일에서 발생한 ‘에셰데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에셰데 참사는 1998년 6월 400여명을 태우고 뮌헨에서 함부르크로 가던 고속열차가 에셰데마을 인근에서 탈선한 사고다. 이 사고로 승객 101명이 숨졌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로 부상자는 승객 15명과 직원 1명 등 총 16명이다.
KTX 탈선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2월11일 부산역을 떠나 광명역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에서 한 차례 발생한 적이 있다. 선로 전환 너트가 빠지면서 일직터널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50억원 이상의 물적 피해를 입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이번 (강릉선 KTX 사고는)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속도도 (에셰데 참사와 달리) 100㎞ 정도여서 인명피해가 덜했다”며 “한창 달리던 중에 탈선 사고가 났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서 유독 사고가 잦았다.
지난달 19일 오전 1시9분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가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포크레인의 측면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쳤다.
불과 하루 뒤인 20일 오후 5시 충북 오송역에서 KTX 열차 전기공급 중단으로 고속철도 경부선과 호남선 상하행선 열차 120여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이 사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8시간 걸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승객 수만명이 몇 시간동안 열차에 갇히는 고통을 겪었다.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동안에는 하루에 한 차례씩 사고가 발생했다. 22일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복정역과 수서역 사이 구간에서 고장나 승객들이 1시간 넘게 열차에 갇히고 운행도 지연됐다.
다음날 오후 10시에는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해 경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발전기 고장으로 원주역에서 멈췄고 24일에는 오후 3시 광명역과 오후 8시 오송역에서 KTX 열차가 고장나면서 운행이 지연됐다.
28일 사고는 사망자도 나왔다. 이날 오전 9시13분 광주 하남역 인근에서 선로 도색작업을 준비 중인 김모씨가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였다. 김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전국 각지에서 이렇게까지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난다는 것은 결국 코레일의 안전의식 결여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말 뿐인 비상대책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안전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