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첫 재판…“검찰 공소 기각해 달라”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10일 15시 06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혐의로 재판에 처음 넘겨진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검찰의 전체 증거 기록을 봐야겠다”며 혐의 인정 여부 밝히기를 일체 거부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 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전체 기록을 넘길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0일 오후 2시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 전체 증거기록 중 40%만 열람·등사하게 했다”면서 “이렇게 해선 실체적 파악이 어렵다. 전체 기록 열람·등사가 허용돼야 (혐의 인부가) 가능하다”며 전체 기록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법에 따라서 기록 일부를 제한한 것”이라면서 “공판 진행에 지장이 없도록 제공했다. 우선 (변호인 측이) 열람·등사를 해야 공판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또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아서 관련 내용을 많이 알고 있다. 구속영장 심문에서도 많은 의견을 주고받아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며 “준비기일을 넉넉히 잡아 쟁점 정리를 병행하며 공판을 진행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측은 “변호인은 사소한 증거도 놓칠 수 없다. 서두르다 방어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면서 “전체 기록 가능 시점을 밝혀주면 (맞춰서) 충실히 준비하겠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재판부가 전체 기록 복사 가능한 시점을 묻자 검찰은 “가용 가능 인력으로 최대한 하고 있지만, 수사 진행 중이라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을 피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체 열람·등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오늘은 검찰의 공소요지 진술과 변호인 측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 진술을 듣겠다”고 정리했다.

통상 준비기일에선 정식 재판에 들어서기 전 검찰의 공소사실과 이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을 들은 뒤, 공판에서 조사할 증거를 정리한다.

임 전 차장 측은 이와 함께 검찰의 공소장이 형사소송법에 어긋나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수사 기관 심증을 차단해 법관이나 배심원이 예단하지 않도록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정한 재판에 있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이 사건 공소장에는 제목 등에 검찰 의견서를 광범위하게 나열했다”며 공소 기각과 심리 중단을 요구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 제기시에 법원에 제출하는 공소장은 하나이며,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는 물론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은 증거가 아니라도 제출 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검찰은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이 공정한 재판 실현이긴 하지만, 이와 함께 실체적 진실 발견과 조화돼야 한다”면서 “이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진실 규명이 필요한 재판인데, 공소장 일본주의를 말하며 기각해달라는 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공무상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이익을 도모하고, 사법행정 비판세력을 탄압하고 판사를 부당하게 사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형사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소송 ▲일본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6년 11월 최순실(62)씨가 구속된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측 부탁으로 ‘VIP 관련 직권남용죄 법리 모음’ 문건을 만드는 등 행정처에 법리 검토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파악 및 평의 내용 유출 ▲‘박근혜 가면’ 처벌 가능성 검토 ▲홍일표·유동수 등 여야 의원 관련 소송 검토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 소장 비판 기사 대필 등 혐의도 있다.

그 외에 ▲부산 법조비리 판사 비위 은폐·축소 ▲‘정운호 게이트’ 영장정보 유출 ▲사법행정 비판 판사들 부당 사찰 ▲국제인권법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 등 탄압 ▲긴급조치 국가배상 인용판결 판사 징계시도 ▲대한변호사협회 등 압박방안 마련 등 혐의도 받는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과 달리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임 전 차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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