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비서관과 여성 2명 같은 주장… 경찰, 블랙박스 없어 진술 의존
적극 운전 권유로 타인 상해 아니면 음주운전 방조 기소 거의 없어
김종천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할 당시에 차량에 함께 탔던 2명에 대한 처벌이 어렵게 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8일 동승자 2명을 불러 음주운전 방조 여부와 관련해 조사했지만 음주운전 방조 혐의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의전비서관실 직원들과 회식을 한 뒤 음주 상태에서 여직원 2명을 태운 채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동승자들은 모두 김 전 비서관의 음주운전을 말렸다고 진술했다”면서 “김 전 비서관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전 비서관이 몰았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 사회 지도층 음주운전 적발이 잇따르면서 음주운전자는 물론이고 이를 방조한 이들의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음주운전 차량에 함께 탑승한 사람들을 재판에 넘기는 사례는 아주 드물다.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시스템을 통해 검색한 결과 올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8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음주운전사고 적발 건수가 1만9517건인 점을 감안하면 극소수의 ‘방조범’만이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음주운전 방조로 기소된 8명 가운데 1명에게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고, 6명은 집행유예, 1명은 300만 원 벌금형에 그쳤다.
이 가운데 음주운전 방조 혐의만으로 재판에 넘어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권유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 보행자나 상대 운전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에 해당했다. 실형을 받은 김모 씨(34)의 경우 운전자에게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권했을 뿐 아니라 보행자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뒤 구조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도주치상)도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방조만으로 형사 처벌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음주운전을 방조한 이들을 처벌하게 돼 있지만 단순 동승자는 처벌하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권유했거나 암묵적으로 음주운전을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가능하다. 검경의 가이드라인에는 △음주운전을 할 것을 알면서도 차 열쇠를 제공했거나 △음주운전을 직접적으로 권유·독려한 동승자 △부하직원의 음주운전을 방치한 상사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창호법’ 원안에는 음주운전 동승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포함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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