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사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반면 진찰건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인원 수급을 위해선 의대 입학정원을 지금보다 600명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바람직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인력 수급전망’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2016년 한의사(0.38명)를 제외한 우리나라 임상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같은 기간 OECD 평균인 3.4명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반면 국민 1명이 한 해 의사를 찾아 진찰을 받은 횟수는 2015년 기준 16.0회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인 6.9명보다 2.3배나 많았으며 두 번째로 진찰건수가 많은 일본(12.7회)보다도 3.3회 의사를 더 찾았다.
결국 의사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는 이른바 ‘3분 진료’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환자들이 16.0회나 병원을 방문하면서 의사들은 1인당 연간 7140건을 진찰했다. OECD 평균(2295건)보다 3배 이상 진찰 건수가 많았다. 의사 1명이 한 해 692명만 진찰한 스웨덴보다는 10배 이상 환자와 만나야 했다.
의사 부족 현상 원인을 정 교수는 의대정원에서 찾았다. 1990년대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의사수는 2002년 의대정원 동결 이후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2001~2006년 연평균 3.99%씩 늘었던 의사 증감률은 2006~2011년 3.73%, 2011~2016년 2.44% 등으로 감소했다.
대부분 OECD 국가들이 고령화 대응 차원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면서 의대 졸업자수가 2000년 인구 1000명당 평균 8.3명에서 2015년 12.1명으로 늘어난 OECD 회원국들과 달리 한국은 정원 감축과 동결 정책을 지속하면서 2015년 6.0명(한의대 제외)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정 교수는 “전공의를 채우지 못하는 필수전문과목이 속출하고 의료취약지나 지방오지에는 웬만큼 돈을 지불해서는 의사를 근무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의사협회 반대를 이유로 의대정원 감축·동결 정책이 계속되면서 의료정책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의료비와 경제사회적, 의료제도적 변수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 필요한 인구 1000명당 의사수를 2011년 2.5명, 2030년 3.2명으로 추정했다. 2011년 현재 한의사를 포함했을 때 2.1명인 점을 고려하면 15~20%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정원을 최소 3600명으로 542명(17.7%)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입학정원은 여성 의사인력 증가속도, 성형미용부문 등 비의료적 부문으로 유출 정도, 해외 환자 등 추가 수요, 연구직 등 비임상전문직으로 유출 정도 등을 바탕으로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의사 과잉 지적이 잇따랐던 일본도 1993년부터 의대 입학정원과 신규진입 의사수를 10%씩 삭감해왔으나 2006~2007년 소아과 등 의사 부족 과목과 부족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정원을 긴급히 395명 증원했다.
2008년 정책을 삭감에서 의사수 증원으로 전환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의사수가 224.5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 의대 입학정원은 9419명으로 인구 10만명당 7.42명에 달했다. 올해 3058명으로 인구 10만명당 5.97명인 한국보다 1명 이상 많은 수치다.
정 교수는 “전문 과목별,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전체 의사인력 공급이 원활해지면 상당 부분 자동 조정기능에 의해 해결이 된다”면서도 “다만 전문과목간 균형과 지역별 의사 균형 공급을 위한 미시적 정책들은 계속 시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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