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건의한 KTX 구미역 정차… 김천시 “지역갈등 조장” 철회 촉구
“교통수요 적어 경제성 떨어진다”… 트램도입은 시민단체 반발로 난관
장세용 구미시장의 핵심 공약인 KTX 구미역 정차와 트램(노면전차) 도입 등 교통 인프라 확충 사업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구미시와 이웃한 김천시와 구미지역 시민단체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10일 시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미시의 KTX 구미역 정차 추진에 대해 “양 도시 간 대립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김천시의회도 이날 같은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앞서 이달 5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구미를 방문해 지역 경제인들과 만나 “KTX 구미역 정차 등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장 시장은 이 총리에게 KTX 구미역 정차 등 지역 현안을 건의했다.
구미시는 2010년 김천시 남면에 김천구미역이 들어선 뒤 구미역의 KTX 정차가 중단되면서 공단 입주기업의 경영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구미는 2013년 367억 달러였던 공단의 수출액이 지난해 283억 달러로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에 구미시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의 하나로 KTX를 구미역에 정차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김천과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를 건설할 때 KTX 전용 선로의 김천보수기지에서 경부선 국철 사이의 2.2km 구간을 연결해 KTX가 구미역에 정차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김천시는 구미역에 KTX가 설 경우 기존 김천구미역의 수요가 줄어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는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구미시 관계자는 “김천은 혁신도시가 들어서 자생력이 충분하다”며 “KTX가 구미역에 정차하더라도 김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의 트램 도입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있다. 구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트램 도입 검토를 위한 조사 용역비 2억 원을 편성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전차인 트램은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와 운영비가 저렴하고, 전기로 운행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는 자체적으로 총 5개의 트램 노선과 그에 따른 건설비 및 연간 운영비를 추산한 결과 5개 노선을 모두 건설할 때 건설비는 1조6086억 원, 연간 운영비는 49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유력한 노선으로 꼽히는 1노선(봉곡동∼구평동) 16.2km 구간에 트램을 도입할 경우 전차의 종류 등에 따라 최소 1879억 원에서 최대 4244억 원의 건설비가 들 것으로 예측됐다. 연간 운영비는 87억∼129억 원으로 추산됐다.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성명을 내고 “해당 노선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시내버스 노선조차 없는 곳”이라며 “개통 4년 만에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처럼 구미의 재정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는 부도심 간의 연결 기능이 약하고, 승용차 이용률이 49%로 높아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해 경제성 등을 따져 트램 도입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트램 도입과 KTX의 구미역 정차 모두 정치적 논리가 아닌 수요와 경제성, 도시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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