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부엉이바위에서 어떤 생각하셨을까 몰입돼 판단 흐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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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3일 10시 34분


윤장현 전 광주시장. 사진=동아일보DB
윤장현 전 광주시장. 사진=동아일보DB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모 씨(50·여)에게 공천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69)이 “측은지심(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때문에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했다”고 사죄하면서도 “한 번도 공천을 기대한다는 말이나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검찰이 다분히 예단을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현재 심정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앞서 윤 전 시장은 김 씨에게 속아 4억5000만 원을 송금하고, 김 씨의 두 자녀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광주지검은 이것이 공천청탁의 성격을 띈다고 보고, 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는 13일 중으로 기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는 “김 씨가 최초 전화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식이 있다고 했다. 너무 당황해 호흡이 정지되는 것처럼 얼어붙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다른 사람에게 이를 상의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었고, 이 분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실 때 부엉이바위에서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이런 연상을 하면서 몰입이 돼 판단이 흐려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터질 때까지도 의심을 하지 않고 지내왔다고 밝힌 윤 전 시장은 “대면하지 않고 대개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시장과 김 씨는 총 12회 전화 통화와 문자 268 건을 주고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를 ‘공천 대가’ 정황 근거로 제시했다. 문자에는 ‘시장님, 꼭 재임하셔야 겠죠’ ‘당 대표에게도 신경 쓰라고 했습니다’ ‘제가 힘이 돼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생신 때 뵙고 이야기 했습니다’ 등 공천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다수 담겼다.

이에 윤 전 시장은 “광역자치단체장의 공천에 대한 관심 표명과 덕담, 격려 정도로 받아들였다”라며 “공천은 대의원들의 판단과 시민들의 여론 조사를 통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공천을 바라고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자를 받고 윤 전 시장은 공천에 대한 기대를 담은 답문을 보낸 적이 없고, ‘광주형 일자리 안정을 위해 제 길을 당당하게 가겠습니다’ 등 경선에 임하는 자세 등을 답했다고 주장했다.

불출마 선언 후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2∼3개월 정도 융통해달라고 했던 것이다”라며 이를 환기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차용증은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윤 전 시장은 ‘저는 사회 복귀 훈련 중입니다. 지난번 일로 대출 빚을 안고 살고 있어서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내놓고 30평 미만을 찾고 있습니다. 4년 전 선거로 병원 건물을 처분한 상태라 생계 문제와 전직 시장이라는 품위 유지 사이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원 없이 쉼 없이 일해서 지난 4년이 행복 했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윤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진술 조서에 날인을 거부한 데 대해서는 “검찰이 다분히 예단을 가지고 조사했다. 수사가 광의적인 여러 문자와 전체 맥락 속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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