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인천 동일방직 노동 탄압 피해자들이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로부터 추가로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민주화운동 보상금에 정신적 손해배상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내린 민주화보상법 일부 위헌 결정을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이동근)는 14일 김모(61)씨 등 17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민주화보상법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나 부제소 합의가 성립됐다고 주장하지만, 헌재 결정을 참조하면 이 조항 ‘피해’에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국가의 행위는 노동기본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을 침해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였다”며 “이로 인해 김씨 등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게 경험칙상 추정된다”고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가 소멸했다는 국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권력의 불법 개입에 대해 막연한 의혹은 가질 수 있었지만, 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이 있기 전까지 구체적 내용을 알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전까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이후 당심 변론종결일까지 김씨 등이 오랫동안 겪었을 사회적 고립과 차별대우,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 등을 참작했다”며 각 보상금 5000만원 외에도 3200만원을 추가로 배상하도록 했다. 동일방직 사건은 여성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요구하며 벌인 대표적 노동운동 사건으로, 이들은 중앙정보부 지시로 강제진압 당하며 해고됐다.
1978년 2월 노조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회사 측 사주를 받은 남성 노동자들이 대회장을 습격하면서 미리 준비해온 대변을 여성 노동자들에게 마구 뿌린 만행으로도 잘 알려진 사건이다.
이후 노동자들은 명동성당 등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동일방직은 복직 보장과 구속자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회사 복귀를 결정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김씨를 포함한 노동자 124명을 해고했다.
해고 뒤에도 노동자들은 중앙정보부 주도로 만들어진 해고자 블랙리스트로 인해 취업에 불이익을 입었다.
이후 해고자와 유족들은 2010년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해고였다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각 5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국가의 위법성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들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이후 국가는 항소심에서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이미 생활지원금을 지원했고,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발했다. 2심 재판부는 “보상금에 위자료까지 포함되지 않았다”며 보상금 외에도 25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2월 “보상금으로 민주화운동 피해들에 대해 민사소송법상 규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면서 “다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8월 피해자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 배상이 미포함됐다”면서 “정신적 손해배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배상 청구마저 금지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며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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