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술’이 능사는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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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허리로 행복찾기]

창원힘찬변원 한성훈 원장
창원힘찬변원 한성훈 원장
요즘에는 미세현미경, 최소 침습, 내시경 등 소위 ‘작은 수술’이 흐름이다. 허리병도 예외는 아니다. 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을수록 회복이 빠르다. 수술하고 2, 3일 정도만 있으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어 환자들도 큰 수술보다는 작은 수술을 선호한다.

하지만 무조건 작은 수술이 환자에게 좋은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고민하게 했던 환자가 생각난다. 일흔이 넘었는데도 계속 농사일을 하시는 분으로 추간공 협착증과 허리디스크로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이 심했다. 추간공은 허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척추 마디 구멍으로 신경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좁아진 것을 추간공 협착증이라고 한다. 이 증상은 척추 마디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인접분절 질환이었다. 인접분절이란 나사못 고정술과 같은 수술을 한 후 인접한 위아래 마디에 부담이 커지면서 그 부분의 노화와 디스크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 환자는 그 윗마디에 디스크가 돌출된 상태로 인접분절 질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조금 큰 수술인 ‘두 마디 나사못 고정술’을 안내했으나 난색을 표했다. 자칫 과잉치료로 비칠 수 있었기에 최소한의 수술만 하고 “앞으로 농사일을 줄이고 허리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년 후 윗마디 허리디스크가 재발했다. 수술 후 통증이 줄어들자 다시 농사일을 하며 허리 관리를 소홀히 했다. 허리를 돌보지 않았으니 허리가 버텨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엔 예상했던 대로 두 마디 고정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작은 수술만 고집한 게 옳았던 것일까. 환자를 잘 설득해서 처음부터 두 마디 고정술을 하는 게 오히려 환자에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인접마디가 건강하고 수술 후 관리를 잘할 수만 있다면 그리 고민할 것이 없지만 이 환자처럼 농사일을 계속해야 하는 데다 인접마디가 건강하지 못하고 디스크 질환이 있을 때는 작은 수술과 큰 수술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의사는 환자의 직업과 허리 관리에 대한 의지나 성향을 꼼꼼하게 파악해 치료 계획을 세우고, 환자는 자신을 진료하는 의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치료 계획을 따라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진료법이 않을까 생각해본다.
 
창원힘찬변원 한성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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