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화성 ‘K-City’ 자율차 타보니
차간거리 확보후 알아서 차로변경… 폭우속 보행자-신호 구분도 가능
“이제 자율주행 모드로 들어가겠습니다.”
10일 경기 화성시 자율주행차실험도시(K-City)의 고속주행 시험 구간. 한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시속 100km로 달리던 자율주행차(자율차) 운전대에서 서서히 두 손을 뗐다. 차량에 동승한 본보 취재진은 순간 호흡을 멈추고 지켜봤다.
긴장도 잠시, 차는 스스로 매끄럽게 운전을 이어갔다. 곡선 구간에 다다르자 자동으로 시속을 80km로 낮췄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 도로의 곡률이 심하면 속도를 낮추도록 설계돼 있다. 다른 차와의 간격도 스스로 조정했다. 앞차와 간격이 좁아지자 자동으로 속력이 줄었다. 차로를 바꿀 때도 마찬가지였다. 왼쪽 차로 변경 신호를 주었는데 다른 승용차가 있자 ‘left risk(왼쪽 위험)’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자율차는 일정 거리가 확보된 뒤에야 차로를 바꿨다.
10일 자율차 실험도시인 K-City가 문을 열었다. K-City는 자율차 기술 상용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조성한 32만 m² 규모의 실험도시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차장 등 실제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다양한 주행 실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율차가 교통수단 혁신뿐만 아니라 교통안전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자율차는 운전자의 실수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69%(2891명)가 운전자 안전의무 불이행으로 사망했다.
이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자율차도 주행 연습에 한창이었다. ETRI의 자율차는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있는 도심 구간을 집중 주행했다. 차 외부에 붙어있는 카메라 센서가 빨간불과 파란불을 구분했다. 시속 30km를 지키면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는 편도 4차로의 복잡한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자 곧바로 정지선에 맞춰 멈췄다.
보행자를 인지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성인 보행자가 나타나자 빠르게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했다. 이날 연습주행을 맡은 ETRI 민경욱 박사는 “악천후에도 신호와 보행자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우 한국교통안전공단 K-City 준비팀장은 “K-City는 세계적 수준의 자율차 실험공간으로 대기업은 물론이고 스타트업과 대학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 “자율차의 상용화와 안전성 확보를 앞당길 수 있도록 실험 데이터를 축적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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