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화재때 90대 할머니 구해, “국민 생명-재산 보호에 큰 기여”
불법체류 면하게 될 자격 부여
주택 화재 현장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집 안에 갇혀 있던 90대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 의인’ 카타빌라 니말 씨(39)가 대한민국 영주권을 받게 됐다.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영주권이 주어진 첫 사례다.
법무부는 13일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열어 참석 위원 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니말 씨에게 영주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법무부는 “니말 씨는 형사 범죄에 전혀 연루된 사실이 없고,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의상자로 지정됐다. 체류 실태가 건전한 점도 고려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영주자격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영주권 수여식은 ‘세계 이주민의 날’인 18일 오전 11시 대구 동구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열린다.
니말 씨는 지난해 2월 경북 군위군의 한 주택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했다. 당시 그는 화재 현장 근처 과수원에서 일했다. 니말 씨는 지난달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스리랑카에 있는 노모 생각에 집 안에 갇힌 할머니를 외면할 수 없었다. 한국행을 결심한 것도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불 속으로 뛰어든 대가는 컸다. 얼굴과 목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그때 들이마신 연기로 기도와 폐가 손상돼 병원에서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화상은 다 나았지만 폐는 아직 제 기능을 되찾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그를 9급 의상자로 인정했다. 정부는 그가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치료용 임시비자(G1)를 발급해줬다. LG복지재단으로부터 그는 지난해 ‘LG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니말 씨는 2013년 9월 고용허가제(E9) 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고, 3년 뒤 비자 만료로 미등록 체류자가 됐다. 그가 받은 치료비자는 내년 3월이면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비자 기한이 끝나 불법체류 상태가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영주자격을 취득하면서 한국에 계속 머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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