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싶어요” 제주 예멘인 조심스레 ‘기대’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17일 16시 34분


17일 낮 12시30분께 용담3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 난민 심사 결과 통보를 받으러 온 예멘인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출입국청은 지난 14일 심사 결정이 보류됐던 예멘인 85명에 대해 마지막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명은 난민 지위 인정, 50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 22명은 단순 불인정으로 결정됐다.

지난 9월 1차 및 10월 2차 심사 결과와 종합하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484명에서 신청을 철회하거나 출국 후 재입국하지 않은 14명을 제외한 470명 중 난민 지위 인정은 2명,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 불인정은 56명이다.

제주출입국청은 오는 18일까지 최종 심사 대상 예멘인을 대상으로 심사 결과 통보 및 체류 신고, 사회교육 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첫 통보일인 이날 약간 들뜬 모습을 보였던 지난 1차 및 2차 심사 통보 때와는 달리 예멘인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육을 기다렸다.

교육이 진행된 1층 대강의실 앞에선 심사 대상자의 본인 확인 후 체류 허가 신고서와 취업활동 동의서, 한국생활 정보 안내 책자 등이 배부됐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은 본국의 상황이 좋아지기 전까지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 서귀포에서 문어를 잡는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M(31)씨는 “지금 직장에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 남은 6개월 계약기간이 끝나도 계속 일하고 싶다”라며 “앞으로도 제주 생활에 잘 적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들은 1년보다 더 긴 체류기간이 필요하다”라며 “예멘에선 일반 시민들이 일할 곳도 없고 여전히 공격받고 있어 삶 자체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도 내 말 농장에서 일한다는 H(25)씨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지만 하루하루 배우며 적응하고 있다”라며 “다른 도시로 이동한 친구들도 많지만 제주에서의 삶이 좋아서 계속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심사 결과에 아쉬워하는 예멘인도 있었다.

불인정 결과를 통보받은 A(30)씨는 “500명 가까운 사람 중에 단 2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라며 “많은 친구들이 이런 결과에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들은 한국이 유엔(UN) 난민협약에 가입된 국가라서 난민을 받아들여줄 것을 기대하고 이 나라로 어렵게 왔다”라며 “불인정된 예멘인들에겐 이제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예멘 내전이 잠시 휴전됐다는 뉴스와 관련해서 A씨는 “예멘 호데이다의 항구 지역에만 일시적으로 휴전했다고 알고 있다. 그 곳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아직 내전 중이다”라며 “오늘 아침엔 잠시 공격이 멈췄던 호데이다 지역에서도 또다시 충돌이 있었다는 뉴스도 봤다”고 설명했다.

한편 첫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2명은 후티 반군 등에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 및 게시한 언론인으로 반군에 의해 납치·살해 협박 등을 당해온 것으로 확인됐으며 향후에도 박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됐다.

난민 인정 및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은 출도제한 조치가 풀려 육지부로 이동할 수 있다.

불인정된 이들은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이 가능한 기간인 90일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이의를 신청하려는 경우 스스로가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담은 자료를 첨부해 제주출입국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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