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하다 실신…분주한 가운데 침통한 분위기 가득
사망·부상 학생 명단 일부 뒤바뀌어 부모들 혼란 물의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난 고교 3년생 10명이 18일 고농도의 일산화탄소에 노출돼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한창 꿈을 펼쳐야 할 청춘들이 스무살의 문턱에서 유명을 달리한 시신이 안치된 병원은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숨진 3명의 학생 중 각각 2명과 1명의 시신이 안치된 고려병원과 강릉아산병원은 모두 취재진을 포함한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 통제된 현장 안쪽으로는 유족과 병원 관계자, 경찰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두 병원은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 및 강릉시 공무원들이 들락거리며 매우 혼잡한 모습이었지만, 분주한 가운데서도 깊은 침통함이 흘렀다.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은 어두운 공기 속에서 최대한 말소리를 낮추는 모습이었다.
고려병원에서는 취재진 진입이 허용되지 않은 먼발치까지 숨진 A군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A군의 어머니는 오열 끝에 잠시 정신을 잃고 병원 내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응급실에서 정신을 되찾은 A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유족 조사에 응한 뒤 경찰 2명의 부축을 받아 병원으로 돌아왔다. A군의 어머니와 큰아버지는 조심스레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무거운 걸음으로 장례식장에 들어갔다.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온 5명의 학생이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는 강릉아산병원도 의료진과 경찰 등 사건 관계자들이 현장을 가득 채워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5명의 학생들이 치료를 마친 오후 9시48분쯤 병원 관계자는 “5명의 학생들이 모두 2시간씩 고압산소치료를 마치고 중환자실로 이동했다”며 “현재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학생들의 상태를 전했다.
이어 “아직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의식이 조금 호전됐고, 외부 자극에 눈을 뜰 수 있는 정도까지 호전됐다”며 “며칠이 지나면 상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방당국이 사건 초기에 발표한 사망학생과 부상학생의 명단은 일부가 서로 뒤바뀐 잘못된 명단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온 부모들은 이 때문에 아이들의 생사를 두고 혼란을 빚기도 했다.
강릉시는 이날 사망자 유가족과 부상 학생 가족들에게 병원 근처에 있는 숙박시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10명의 학생들은 이날 오후 1시15분쯤 모두 입에 거품을 문 채 펜션 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살펴본 결과 이들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정상치의 8배에 가까운 155ppm에 이르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은 펜션 베란다에 설치돼있던 보일러 시설의 배관 연결부가 잘못돼 있던 것을 확인하고 현장 감식을 벌이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학생들이 재학 중이던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는 사고를 수습하고 숨진 학생들에 애도를 표현하는 차원에서 19~21일 3일 동안 임시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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