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7시 강원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면회 시간이 됐다’는 공지를 듣자마자 유모 군(18)의 가족들이 중환자실 입구로 몰려들었다. 유 군의 어머니가 면회실로 들어가자 유 군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입구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 ‘깨어나야 한다’는 희망의 기도를 했다.
이 병원에는 18일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채 발견된 학생 7명 중 2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두 학생은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10분 뒤 면회를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나온 유 군의 어머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가족 중 한 명은 “아마 금요일까지는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며 걱정을 했다.
남모 군(18)을 면회한 가족들도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남 군의 가족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심장이 크게 뛰어야 하는데 조금씩 뛴다”고 우려했다. 차용성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뇌와 심장, 콩팥, 폐, 근육 등 다양한 장기 손상을 보여 약물과 수액 치료로 안정화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치료나 회복이 어떤 단계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인 학생 5명 가운데 2명도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고 그중 한 명은 호흡이 불안정해 기도삽관을 하고 있다.
다행히 나머지 3명은 의식을 찾았다. 18일 병원에 도착한 뒤 의식을 회복했던 도모 군(18)은 19일에는 걸을 수 있을 만큼 상태가 나아졌다. 도 군은 의식을 찾은 뒤 ‘다른 친구들은 어떤가’라고 안부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 군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백모 군은 대화가 가능하고 물도 마실 수 있는 상태다. 다른 한 학생도 “여기가 어디냐”는 의료진의 질문에 “병원”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의식이 회복됐다. 이날 오후 도 군과 백 군은 함께 고압산소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서로 “괜찮으냐”며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의식불명인 학생 한 명도 같이 치료를 받았는데, 도 군과 백 군이 그 학생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학생 3명의 시신은 이날 오후 강릉고려병원과 강릉아산병원에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안모 군(18)과 김모 군(18)의 어머니는 소방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힘겨운 발걸음으로 시신과 함께 헬기에 탑승했다.
안 군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강릉으로 오지 못했다. 안 군의 큰아버지는 본보 기자와 만나 “안 군의 아버지가 아들의 상황을 아직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들 하나 있어 모든 걸 다 아들에게 의지하고 사는데 이렇게 돼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숨진 학생들이 서울로 이송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한 학생 부모님의 한 맺힌 말씀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대신 말을 전했다. 조 교육감은 “평소에도 (아이들은) 학교와 부모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생활했다”며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 잘못되는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 어른들과 사회가 응답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망자 3명의 유가족들은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조 교육감은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지만 우리는 조용히 가족장을 치르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애들을 보내고 싶다”는 유가족의 입장을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측은 각 빈소 앞 복도에 인력을 배치해 외부인의 접촉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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