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마지막 인사 …‘강릉 참변’ 빈소·분향소 추모행렬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20일 16시 09분


대성고 내 합동분향소 마련…흐느끼며 학교 달려가 추모
교사·학생 발걸음 계속…유은혜 “안전 수만번 강조하겠다”

‘강릉 펜션 사고’로 임시 휴업에 들어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2018.12.19/뉴스1 © News1
‘강릉 펜션 사고’로 임시 휴업에 들어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2018.12.19/뉴스1 © News1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앞에 다가선 한 고등학생이 눈물을 훔치며 학교 정문으로 뛰쳐들어갔다. 가까스로 울음을 참는듯 목까지 빨개졌지만, 입을 막은 손가락 사이로 울음소리가 흐느끼듯 새어 나왔다.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나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 대성고 학생 3명의 장례식 이틀째를 맞은 20일, 스무살의 문턱에서 유명을 달리한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행렬이 빈소와 합동분향소로 이어졌다.

◇퉁퉁 부은 눈으로 국화 들고 조문…울며 분향소 찾기도

대성고는 사고를 애도하는 의미로 전날(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임시휴업에 들어갔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학교 실내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에는 대성중·고교 학생·학부모, 교직원, 숨진 학생들의 가까운 친구 등만 조문이 허용됐고, 취재진이나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됐다.

분향소 조문 시각은 이날 정오에서 오후 2시로 미뤄졌지만, 학생들과 학부모, 졸업생들은 오전부터 학교를 찾았다. 정식 조문이 시작되고 채 한 시간을 넘기기 전에 이미 250명이 넘는 조문객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졸업생들과 학생들은 저마다 한 송이 국화꽃을 들고 굳은 얼굴로 학교로 모여들었다. 한참 눈물을 흘린 듯 두눈이 퉁퉁 부운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분향소를 찾거나,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흐느끼며 정문으로 뛰어가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정문에서 기다리던 대성고 교사는 하염없이 우는 학생의 눈물을 닦아주거나 “오느라 고생하진 않았니”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서울 은평구청에 따르면 대성고는 21일까지 예정했던 분향소 운영을 22일 토요일까지 하루 연장하기로 했다.

◇빈소도 눈물 젖은 조문 행렬 계속…유명인사 방문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왼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20일 오전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서울 대성고 3년생 3명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2018.12.20/뉴스1© News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왼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20일 오전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서울 대성고 3년생 3명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2018.12.20/뉴스1© News1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도 고인의 친구, 교사들이나 각계 유명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교복이나 검은색 계열 사복을 입고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병원을 찾은 대성고 학생들은 고인의 영정도, 이름(名)도 없는 빈소 앞에서 두 눈을 감고 먼저 이승을 떠난 세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반 단위의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조문했지만, 왁자지껄 떠들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짙은 슬픔과 침묵만 빈소를 가득 채웠다.

학생들은 조문을 마치고 빈소를 지키던 유족, 교사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다시 학교에 마련된 분향소로 향하기도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도 잇달아 빈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 10시40분쯤 검은색 상복 차림에 초췌한 얼굴로 빈소를 찾은 유 총리는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위로했다.

세 학생의 빈소를 차례로 방문한 유 총리는 “저에게도 또래 아이가 있다”는 말과 함께 왈칵 눈물을 쏟으며 “(유족) 어머니가 ‘우리 아이가 마지막 사고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더욱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 장관은 “기본적인 안전점검이 다시 필요해 보인다”면서 “시도교육청 체험학습 안전규정을 수만번 더 강조하고, 시스템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1시쯤 빈소를 방문한 조 교육감도 “제가 위로 말씀을 드리는 것 자체가 송구스러운 일”이라며 “남은 기간 최선을 당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오후 2시쯤 빈소를 찾은 김 장관도 유족을 만나 악수를 나누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 장관은 취재진을 만나 “자식이 부모를 잃는 경우도 힘든데, 부모가 자식을 잃으면 단장이 끊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으냐”며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 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13호실 A군 학생 아버님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이 없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셨다”며 “12호실 B군은 평소 사회복지사를 꿈꿨다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고 전했다.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오는 이튿날(21일) 발인을 마친 세 학생은 운구차를 타고 모교 대성고와 합동분향소에 들러 마지막 작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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