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사라진 자리에…대신 발 되어준 ‘시민 운전사’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20일 17시 17분


청주 거주 30대 최모씨, SNS 글 올려 ‘무료 픽업 봉사’ 자처
노약자 등 병원 방문 도와… “믿고 연락주셔서 오히려 감사”

택시 운행이 중단된 20일 ‘무료 운전 봉사’에 나선 청주시민 최모씨가 시민과 주고 받은 문자(왼쪽)와 SNS에 올린 글. 2018.12.20/뉴스1© News1
택시 운행이 중단된 20일 ‘무료 운전 봉사’에 나선 청주시민 최모씨가 시민과 주고 받은 문자(왼쪽)와 SNS에 올린 글. 2018.12.20/뉴스1© News1
“내일 택시가 파업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내일 무료로 픽업 봉사서비스 해드리겠습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모든 택시의 운행 중단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충북 청주지역 SNS 이용자 9만7000여명이 가입한 온라인 그룹에 한 글이 올라왔다.

청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씨(37)는 “노약자나 임산부가 택시를 타고 가야한다면 연락을 달라”고 무료 봉사를 약속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20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좋아요’ 687개와 109개의 댓글이 달렸다.

SNS 이용자들은 ‘멋지다’며 환호했지만, 실제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였다.

간혹 ‘좋아요’를 많이 얻기 위해 과장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는 약속을 ‘칼 같이’ 지켰다.

이날 오전 개인 일정을 마친 최씨는 오후 1시부터 ‘무료 픽업 봉사’를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시민들이 청주시 수동에서 충북대학교병원으로, 다시 내덕동에서 청주 효성병원으로 무사히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택시업계가 총파업에 들어간 20일 충북 청주시의 한 도로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12.20/뉴스1 © News1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택시업계가 총파업에 들어간 20일 충북 청주시의 한 도로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12.20/뉴스1 © News1

최씨는 “자녀분들이 SNS 글을 보시고 연락을 주신 것 같았다. 말씀해 주신 주소로 가보니 외진 곳이어서 몸이 불편한 분들이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택시 운행 중단으로 노약자 등의 불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씨의 봉사는 큰 도움이 됐다.

최씨는 평소에도 청주의 한 자원봉사대 소속으로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무료급식 봉사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흔쾌히 ‘일일 무료 운전사’를 자처한 것도 평소 꾸준히 봉사하던 습관이 배어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2명을 병원으로 옮겨준 뒤 최씨의 휴대전화로 또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이동해야 하는데 버스를 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최씨를 설득해 짧은 대화를 나누자마자 최씨는 또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약속한 다음 운행 스케줄 때문이다.

최씨는 “평소에도 봉사하는 것을 좋아했고, 많은 청주시민이 불편을 겪으실 것 같아 나섰을 뿐인데 부끄럽다”며 “요즘같이 낯선 사람을 경계하게 되는 세상에서 믿고 연락주신 분들에게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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