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속옷·콘돔 노출 휴대품 검사, 사생활 비밀침해”

인권위, 검사대 칸막이 설치·검사-대기선 거리조정 권고

미국 교통안전청(TSA)이 지난 6월 28일 발표한 테러 등에 대비한 긴급 보안강화 규정에 따라 미국행 항공편 보안강화 조치가 실시된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괌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발권 및 인터뷰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10.26/뉴스1 © News1

공항 검사대에서 여행자의 휴대품을 검사할 때 사적인 물품을 제3자가 볼 수 있게 한 것은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1일 관세청장에게 칸막이 설치나 수하물 검사대-대기선 거리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해 소속 세관에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 김모씨는 2016년 12월 중국에서 김포공항으로 입국 때 세관직원이 수화물 검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가방 속 속옷, 콘돔 등을 꺼내 검사를 받아 수치심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박모씨도 지난해 12월25일 김포공항 세관직원이 칸막이 없이 다른 여행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속옷, 위생용품 등 개인적인 물건을 검사를 받아 인권위 진정을 냈다.

하지만 해당 세관은 ‘관세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세관은 김씨는 중국 상하이에서 입국한 자로 당일 검사대상자로 지정돼 정밀검색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세관신고서 확인과정에서 육안선별로 검사대 인계 후, 여행자 휴대품을 검사해 담배 2보루 및 술 1병이 압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진정인 박씨도 일본 하네다에서 입국 때 세관신고서 면세초과 물품란에 ‘갤럭시기어’를 기재해 신고했지만 정보분석 결과, 면세점 구매 화장품 내역이 많아 휴대품 검사를 받았다는 게 세관의 판단이다. 세관직원이 박씨에게 면세점 구매 화장품 반입여부를 물었지만 화장품은 면세범위 내로 반입했다고 주장해 박씨가 보는 앞에서 동의를 받아 수화물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위는 관세법에 따른 여행자휴대품 검사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휴대품 소지자의 신체나 물건에 직접적인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해 검사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해당 세관에서 검사대상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검사대 뒤편에 유리칸막이를 설치하고, 검사대기선을 지정 운영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기선에 있는 제3자가 가방 등 소지품 검사 과정을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검사 당사자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 관계자는 “법률에 의한 검사대상자라는 이유로 검사 과정이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지 않아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주는 것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침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