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 근무 중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24)의 마지막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20일 SBS가 공개한 해당 영상에는 지난 10일 김 씨가 어두운 발전소 ‘환승타워’를 손전등에 의지해 돌아다니는 모습과 위험한 작업 환경이 담겼다.
김 씨는 오후 6시부터 컨베이어벨트가 교차하는 환승타워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는 주로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이 있는지를 살피는 업무를 했다. 그러나 내부가 어두운 탓에 김 씨는 자비를 들여 구입한 손전등으로 환승타워 내부를 비추며 점검했다고 한다.
그는 연신 환승 타워 주변을 돌며 타워 내부를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가 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설비 덮개를 열어 머리를 넣고 살펴보기도 했다.
김 씨는 오후 8시 45분 환승타워 ‘TT05A’를 점검했다. 이후 10시 35분에는 목숨을 앗아간 환승타워 ‘TT04C’에서 컨베이어벨트 쪽을 살폈다. 10시 36분을 끝으로 김 씨의 생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는 11일 새벽 3시 23분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
해당 영상과 관련, 김 씨 어머니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라고 안타까워하며 “아들이 긴 시간 그렇게 많은 양의 일을 밤에 혼자서 한 것이 마음이 아프다. 위험하게 머리를 집어넣고 일하는 아들을 봤을 때 정말 아찔했다. 아무도 지켜줄 수 없는 환경에 놓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직접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에 그렇게 머리를 집어넣고 일을 해야만 하는 조건이었다”며 “넘어지면 어디 잡지도 못하고 바로 죽을 수 있는 환경이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도 일하는 사람들이 내부를 밝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상부에서 ‘너네들 일이니까 우리는 모르겠다’며 나 몰라라 했다고 한다”고 지적하며 “우리 아들이 그렇게 인간 취급도 못 받고 죽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가 평소 성실하고 애교도 많아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거 없는 효자였다고 회상한 김 씨 어머니는 “처음에는 공공기관이라 동사무소나 시청처럼 깨끗하고 안전한 곳인 줄 알았다. 현장이지만 공공기관이라 믿었는데, 그곳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마치 사람을 물건 다루듯 했다. 이런 회사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겠나. 절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일하던 9~10호기만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1~8호기는 정상가동 되고 있는데 이것들 모두 전면 중지해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된다. 그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또다시 사고가 날 것 같다”고 우려하며 관련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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