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 불법시공 펜션 보일러…“연통 절단 후 마감처리 안해 참사”

전문가 증언…“승인해준 가스안전공사 등에도 책임 물어야”

보일러 설비업자가 연통을 임의로 잘라낸 부분을 추정한 것. 2018.12.21/뉴스1 © News1

강릉 펜션 사건의 원인이 된 가스보일러가 무자격자가 시공하며 불법사항까지 있던 정황이 확인됐다.

21일 한 보일러 대리점 사장 A씨는 해당 보일러의 사진을 살펴보고 “연도(연기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하늘을 향하도록 5도 높여서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맞추려다보니 연통을 잘라낸 것 같다”며 “절단 자체는 할 수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내연실리콘 마감을 안 한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연통에는 홈이 있어 연결할 때 안전핀을 걸어 힘을 세게 가해야만 빠질 수 있도록 하는데 이 부분을 잘라냈으니 그냥 빠져버리는 상태로 보인다”며 “절단한 부분을 연결할 때 최소 나사 1개를 박아 고정하거나 내열실리콘 마감 조치를 했더라면 참사는 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펜션 준공 당시 설치된 것으로 드러난 가스보일러는 콘덴싱 방식으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모아서 다시 난방이나 온수 가열에 활용한다.

이는 보일러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연도 밖으로 나가는 열을 잡고 다시 안쪽으로 들어와 호스를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다.

A씨는 “보일러를 가동하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을 텐데 이때 나오는 가스압이 배관을 조금씩 밀어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보일러 설비업을 하려면 가스안전공사에서 교육을 받고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자격증을 받는다”며 “이 자격증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 등록증을 받아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릉시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시에 관련서류를 제출하지도 않았고 등록도 안 된 업체”라고 말했다.

A씨는 “무자격자는 정기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아무래도 안전부분에 둔감하다보니 사고가 났을 것”이라며 “한국가스공사에서 교육을 받을 때 무자격자에 대한 강한 규정을 만들어 달라 매번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보일러에 시공표지는 붙어있으나 시공자의 실명, 모델명, 제조번호, 설치 날자 등을 제대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무자격자다보니 기록을 안 했을 것”이라며 “이를 승인해준 가스안전공사와 연 1회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 가스공급업체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잘못된 시공 이후의 관리 점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도시가스라면 한국가스공사에서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지적한다. 반면 LPG는 공급업체가 점검해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 공급업체만 고정으로 이용했다면 점검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다른 곳의 가격이 저렴하면 그쪽으로 바뀔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점검 의무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LPG 공급업체, 펜션 주인, 설비업자 등을 상대로 보일러 설치 과정에서의 문제는 없었는지, 이후 변동사항은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한편 뉴스1 취재진이 펜션 보일러 설비업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업체를 방문했으나 문이 잠겨있었고 전화는 받지 않았다.

(강릉=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