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재판
20대딸, 어머니가 당한 폭행 증언
검찰의 무기징역 구형에 “정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
인터넷에 아버지 실명-얼굴 공개도
“재판장님, 저 살인자에게 정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21일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 씨(48)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둘째 딸 김모 씨(22)는 아버지를 살인자라고 불렀다. 딸은 방청석에서 걸어 나와 증인석에 설 때까지 아버지를 줄곧 노려봤다. 아버지 김 씨가 앉아 있던 피고인석은 증인석과 불과 1.5m 거리였다. 피고인 김 씨는 자신을 노려보는 딸과 차마 눈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봤다. 딸 김 씨는 어머니가 올 10월 22일 새벽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당하기까지 얼마나 잔혹한 폭행에 시달렸는지 담담한 목소리로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김 씨가 전 부인 이모 씨(47)를 살해하기 전 이 씨의 차량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하고 신원을 숨기기 위해 가발을 쓴 채 접근한 사실을 공개했다. 검사는 “(김 씨가) 이 씨를 살해하기 전 피해자 모친과 딸들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강력범죄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무기징역과 위치추적장치 10년 부착 등으로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 김 씨는 최후 변론에서 “아이들과 애들 엄마, 전처 가족에게 미안하다. (저에게) 엄한 벌을 주셔서 전처 가족들이 치유된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인 김 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을 봤을 때 이 사건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 저 역시 평정심을 찾을 수 없다”며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가족 불화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지 않고 전 부인 이 씨에게서 찾아 이 결과에 이르렀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본인과 관계를 맺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안겼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씻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내년 1월 25일 아버지 김 씨 사건을 선고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딸 김 씨는 본보 기자를 만나 “아버지의 말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고 이제 와 반성한다고 한들 엄마가 되돌아올 수도 없다. 사형을 원하지만 무기징역이 구형됐으니 감형 없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그동안 피고인 김 씨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 왔다. 딸 김 씨는 올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버지를 사형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딸 김 씨는 재판 하루 전인 20일 인터넷 사이트에 ‘살인자인 아빠 신상 공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아버지의 실명과 얼굴사진 2장을 공개했다.
수사기관이 김 씨에 대한 신상 공개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인이 그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다. 딸 김 씨는 “저는 법을 무서워할 처지가 아니다. 제가 무서운 것은 ‘그 사람’이 사회에 나와 우리 가족에게 보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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