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톤즈 출신 아콧 씨
이태석 신부 권유로 국내의대진학, 9년만에 의사국가시험 합격
“외과 전문의 되면 고향 돌아가 신부님처럼 인술 펼치고 싶어”
“한국으로 초대해 준 고 이태석 신부님과 수단어린이장학회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토머스 타반 아콧 씨(33)는 21일 제83회 대한민국 의사국가시험 실기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아콧 씨의 고향은 남수단의 톤즈라는 마을. ‘수단의 슈바이처’ ‘울지마 톤즈’로 널리 알려진 이 신부가 생전에 의료 봉사활동을 했던 곳이다. 의사가 꿈이었던 그는 2009년 말 이 신부의 권유로 한국에 왔다. 2011년 한국어 시험에 합격한 뒤 이듬해 인제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지난해 필기시험을 통과했지만 실기시험에는 떨어져 재수 끝에 의사 면허증을 손에 거머쥐었다. 아프리카 출신으로 한국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사람은 아콧 씨가 처음이다. 한국에 온 지 9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이 신부는 2001년부터 내전이 끊이지 않은 남수단의 톤즈 마을에 병원을 세우고 헌신적인 의료 봉사활동을 벌였다. 아콧 씨와 존 마옌 루벤 씨(31)는 한국에 가서 의사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이 신부의 제안으로 2009년 한국에 왔고, 수단어린이장학회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신부는 휴가차 고국으로 돌아왔다가 2010년 1월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저세상으로 떠났다. 이들은 한국에 온 지 한 달도 채 안 돼 이 신부가 암으로 선종했다는 비보를 접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아콧 씨는 “한국어와 의학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톤즈에서 보여준 이 신부의 헌신적인 삶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아콧 씨는 부산 인제대백병원에서 1년간 인턴, 4년간 전공의 수련 과정을 마친 뒤 외과 전문의 자격증에 도전할 예정이다.
아콧 씨와 함께 공부해온 루벤 씨도 실기시험은 올해 합격했고, 내년에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이 신부의 아프리카 제자로는 두 번째로 의사가 된다.
최석진 인제대 의과대학 교무부학장은 “자라난 환경이 다른 이들이 한국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 문화와 공부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이 신부의 삶이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로 소개되면서 국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신부가 톤즈에 문을 연 ‘톤즈 돈보스코 병원’은 현재 ‘이태석 신부 기념 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아콧 씨는 “존과 함께 의사가 돼 톤즈로 돌아가 이 신부님이 못다 펼치신 인술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