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2% 부족했던 재난문자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22일 19시 56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22일 충북도 재난안전실이 화들짝 놀랐다. 오후 5시19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지난해 12월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29명 사망)로 홍역을 치른 충북도는 즉각 재난발생 문자를 청주시민에게 발송했다. ‘금일 오후 5시19분경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아파트 ○동에 화재 발생. 주민들께서는 신속히 대피하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화재는 곧 진화됐다. 이 아파트 8층 한 가구에서 발생한 불은 화재 발생 20여분만에 소방관들에 의해 꺼졌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는 나오지 않았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결과론적으론 충북도의 재난안전 전파문자가 효과를 발휘했다. 제천 화재참사에 놀란 가슴이 공동주택 화재에 다시 한 번 놀라면서 선제적 대응이 이뤄진 셈이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정확한 화재 상황과 대피 요령이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대피는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방당국의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소방청에서 발간된 아파트 화재 대피 매뉴얼을 보면, 화재 발생시 입주민들은 지상이나 옥상 중 가까운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아파트 계단이 불이나 연기로 막혔을 땐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집 안으로 들어가 젖은 수건으로 호흡기를 보호한 뒤 창문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게 안전하다.

이번 화재의 경우 불이 난 8층과 가까운 층에 사는 주민들이 대피 문자를 받고 계단으로 나왔다면 연기에 질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파트 화재 발생 시 비좁은 계단은 굴뚝 역할을 해 연기 질식에 가장 취약하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도 대피하던 주민 2명이 연기를 마셨으나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아파트 화재는 계단마다 있는 소화전을 이용해 소방관들이 금방 진압하기 때문에 성급한 대피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대피문자를 보낼 때 정확한 화재상황과 대피요령을 함께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재난안전실 관계자는 “재난 상황실은 주민들의 빠른 대피를 위한 초동전파가 목적”이라며 “소방 출동 모니터링과 아파트 연기 상황을 고려해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제천 화재 참사에 이어 최근에도 오송KTX 단전사고, 제천 시멘트공장 화재 등 도내에서 대형사고가 줄줄이 발생했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한 예방 차원에서 초동전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아파트에 거주하던 주민 박모(58)씨는 “아파트 화재 대피 문자는 살면서 처음 받아봤다”며 “대피요령 등도 함께 알려줬더라면 이렇게까지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충북도 재난안전실은 이날 오후 6시14분 ‘용암동 아파트 화재 17시45분경 진화 완료. 인명피해 없음’이라는 재난안전 문자를 청주시민에게 재차 발송했다. 불이 확산되지 않는 초동진화는 10여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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