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후 제주 떠나…2015년 주민등록 말소
‘보육교사 살인사건’ 검색했다 지운 흔적도 발견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씨(49)는 사건이 일어난 뒤 제주를 떠나 자신을 숨기며 살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박모씨(49)는 사건이 일어난 2009년 2월 당시에도 경찰이 지목한 유력한 용의자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범행 시간을 특정하지 못했고 박씨를 범인으로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혐의를 벗은 박씨는 제주에서 한동안 택시기사로 일하다 2010년 9월 강원도로 떠났다.
강원도 일대에서 공사현장 관리인으로 일한 박씨는 2015년부터 소재지 불명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
그는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별다른 의료기록 조차 남기지 않는 등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숨기며 살았다.
경찰은 추적 끝에 박씨가 올해 2월 건축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 경북 영주로 떠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5월 16일 경찰이 나타나자 “왜 이러냐”고 반발했지만 강간살인 혐의가 적힌 체포영장을 보여주자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이날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 유치장으로 압송되기까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박씨의 거주지와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4대를 분석한 결과, 5월 9일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검색했다가 지운 기록을 확인했다.
이날은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용의자를 압축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날이었다.
하지만 증거 부족으로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박씨는 다시 풀려나게 됐다.
이에 경찰은 7개월간 또 다시 수사를 벌여 추가 증거를 확보한 끝에 범행 입증에 확신을 갖고 지난 21일 육지에 있던 박씨를 다시 구인했다.
같은 날 오후 법원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함에 따라 박씨는 구속수감됐다.
양수진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계장은 “일반적으로 (본인이) 범죄와 무관하면 적극적으로 소송을 하거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을텐데 그동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박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추가 이유를 설명했다.
택시기사였던 박씨는 2009년 2월 1~8일 사이 이모씨(당시 27·여)를 택시에 태워 목졸라 살해한 뒤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숨진채 발견될 당시 하의가 벗겨진 점을 토대로 강간을 하려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당시 정확한 범행 시간도 추정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던 경찰은 2015년 일명 ‘태완이 법’ 이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뒤 2016년 3월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을 꾸려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양 계장은 “시일이 오래 지나 수사상 어려움이 있는 사건이라도 수사기법의 발전 등으로 해결 가능성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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