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판결 이후 처음 만난 한일, ‘레이더 갈등’ 얼굴 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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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 사실확인없이 자의적 해석”… 日 “의도적으로 겨냥” 주장 안굽혀
양국, 징용판결엔 “악영향 최소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냉랭했던 한국과 일본이 24일 국장급 협의를 열었다. 이날 약 2개월 만에 마주 앉은 한일 양국은 한국 해군 함정이 북한 선박을 구조하면서 사격 통제 레이더를 가동한 일을 두고 얼굴을 붉혔다. 정부는 일본 측에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본 언론에 자의적 입장을 내놨다”고 했고, 일본은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국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서는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당국 간 소통을 긴밀히 해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어떤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리 해군 구축함이 20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앞바다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가동한 일이 주요 의제였다. 국방부 관계자와 주일대사관 방위주재관이 참석했지만 일본 측과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우리 군이 의도적으로 자국 초계기를 겨냥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 측은 “우리 군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위해 정상적인 활동을 한 것”이며 “일본 측이 위협을 느낄 어떤 조치도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동해 공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어선을 찾기 위해 사격통제시스템 중 하나인 ‘MW-08’ 레이더를 작동했다고 밝혔다. 이 레이더는 실제 사격 때 표적을 조준하는 용도가 아니며, 해상에서 어선 등 작은 표적을 찾는 역할을 한다는 것. 군 관계자는 “‘MW-08’ 레이더를 함정의 대함레이더와 함께 가동하면 1.5m 이상 높은 파고에서도 작은 어선을 수색하는 정밀 탐색이 가능하다. 그래서 해당 레이더를 켠 것”이라며 “실제 사격에서 표적을 조준하기 위해 작동하는 레이더(‘STIR-180’)는 아예 켜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해상 초계기가 이례적으로 우리 함정 상공까지 접근하자 의도를 알아보려고 육안 관찰을 위한 광학카메라를 초계기 방향으로 돌렸는데, 이때 광학카메라 방향과 연동되도록 설정된 ‘STIR-180’ 레이더가 초계기 방향을 향했다는 것. 합참은 “‘STIR-180’ 레이더는 꺼져 있었다. 따라서 일본 측 주장과 달리 실제 사격에 쓰이는 표적 겨냥 레이더 빔은 초계기를 향해 방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강제징용 판결#한일#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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