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산업이 심상치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3시 00분


올들어 제주 찾은 내국인 3% 감소… 中사드보복후 관광시장 회복 안돼
부동산 폭등으로 이주열풍도 시들… 지속가능한 관광상품 개발 절실

제주의 관광명소인 서귀포시 정방폭포에는 해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올레, 해녀 등 인문자원을 활용한 지속 가능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제주의 관광명소인 서귀포시 정방폭포에는 해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올레, 해녀 등 인문자원을 활용한 지속 가능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제주지역 경제 중심축인 관광산업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어 타격을 입었고, 올해는 내국인 관광객마저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제주 관광시장이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귀포시에서 식당과 기념품판매업을 하는 김모 씨(60)는 “국내외 관광객을 겨냥해 음식점을 확장했는데 파리만 날리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도 나아질 기미가 없으면 사업을 접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 제주 관광 정점을 찍었나

25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이달 20일을 기준으로 1272만20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11만8270명보다 3.0% 감소한 것이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118만4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9005명에 비해 2.0%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위축된 관광시장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주 방문 관광객은 2013년 1085만 명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한 후 2014년 1227만 명, 2015년 1366만 명, 2016년 1585만 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1475만 명으로 내려앉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었지만 빈자리를 그나마 내국인 관광객이 채워주면서 ‘선방’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내국인 관광객마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제주 관광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항 포화상태로 항공편을 구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바가지 상혼, 관광 콘텐츠 부족 등으로 관광객 견인에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관광객 감소로 여행업은 물론이고 숙박, 음식, 운수업 등 관련 업계가 줄줄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제주도와 협업으로 분석한 올해 3분기(7∼9월) 제주관광산업생산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숙박 및 음식점업이 11.0% 감소한 것을 비롯해 임대업 17.1%, 여행사 및 여행보조서비스인 사업지원서비스업 9.9%, 식물원과 공연시설 골프장 등 여가 관련 서비스업 35.0%, 기타 개인서비스업 15.4%가 줄어들었다.

○ 지속 가능한 관광상품 개발 필요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주 열풍도 한풀 꺾였다. 통계청과 제주도에 따르면 10월 제주지역 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순이동 인구는 437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314명에 비해 66.7% 감소한 것이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순이동 인구는 85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861명과 비교해 30.0% 줄었다.

제주지역 순이동 인구는 2012년 4876명, 2013년 7823명, 2014년 1만1112명, 2015년 1만4257명, 2016년 1만4632명, 지난해 1만4005명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순이동 인구는 2014년 이후 4년 연속 1만 명을 돌파했지만 올 들어서는 감소세가 뚜렷해 1만 명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가격 폭등과 교통 문제, 쓰레기 및 상하수도 처리 악화 등이 이주 열풍을 주춤하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문성종 제주한라대 관광경영과 교수는 “제주 관광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남북 화해 무드로 금강산 관광과 비무장지대 생태관광이 열리면 제주는 더욱 어려워진다. 해녀, 돌담, 오름, 한라산, 올레 등 제주의 인문자연환경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관광상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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