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60대 남성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라’며 성금 1억2000만원을 기부해 미담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이 기부자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건넨 수표.(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News1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오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시간 되는교? 밥 한끼 합시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의 주인공은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키다리 아저씨’였다.
그날 저녁 이희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등이 찾아간 대구 동구의 한 매운탕 식당에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간단한 인사 후 그는 내민 봉투에는 1억200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었다.
이날 키다리 아저씨는 처음으로 공동모금회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기부 사연을 털어놨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그가 기부한 돈은 매월 1000만원씩 1년간 적금으로 모은 것이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올해는 경기가 무척 어려워 기부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부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혼자의 나눔으로는 부족하다. 더 밝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이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함께 나왔던 키다리 아저씨의 부인은 “3평도 안되는 단칸방에서 시누이와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아직도 갖고 싶은 것이 많지만 꼭 필요한 것은 다 가졌기 때문에 나머지는 나누고 싶다”고 했다.
부인은 “남편이 어릴 적에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을 돕는데 더 앞장서는 것 같다”며 “우리가 쓰고 싶은데 쓰지 않고 소중하게 모은 돈을 정말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60대로 알려진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낸 1억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7년 동안 9억6000여만원을 기부했다.
대구지역의 누적 개인기부액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희정 사무처장은 “올해도 잊지 않고 거액을 기부한 키다리 아저씨의 뜻에 따라 소외된 이웃에게 잘 전달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ㆍ경북=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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