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경기불황으로 기부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전북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세밑 감동을 전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려 19년째 나타나 온정을 베풀고 있다.
27일 오전 9시 7분께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40~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전화를 받은 손명희 주무관은 “전화를 건 남성은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돼지저금통) 있고,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별다른 이야기 없이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에 직원들은 곧바로 천사가 언급한 장소인 지하주차장 입구로 달려갔고, 이 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이날 그가 놓고 간 돈은 총 5020만1950원에 달했다.
또 상자 속 A4 용지에는 큼지막하게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져 있었다.
그의 소리 없는 기부는 해마다 연말을 기점으로 이뤄져 19년간 모두 6억834만660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이 성금을 지난해와 같이 전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시민 한보영(28)씨는 “올해는 유난히 지역 경제가 어려워 천사도 많은 부담을 느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다”면서 “아무일 없이 올해도 아름다운 소식이 전해져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한편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매년 지속되는 천사의 뜻을 널리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본딴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지역의 홀로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돕는 다채로운 나눔과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고 쓴 표지석을 세우고, 천사가 오가는 길을 보행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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