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이 웬말이냐”…제화공들, 본사 앞서 규탄 집회
민주노총 “직접 고용하고 처우 개선해야”…사측 ‘묵묵부답’
국내 유명 구두 브랜드 ‘미소페’를 보유한 비경통상이 국내 공장을 폐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경통상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하청 제1공장을 폐쇄했다. 비경통상은 여성화공장(슈메이저) 문을 닫는 대신 중국에서 새 공장을 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비경통상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7% 정도 증가한 1000억원대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81억6600만원의 영업이익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23.7% 증가한 것이다. 회사가 공장을 폐쇄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은 셈이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은 해고된 미소페 제화공들과 함께 서울 성동구 미소페 본사 앞에서 중국으로의 기습 공장 이전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사측은 제화공들에게 공임을 올려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돌연 공장을 폐업했다.
김종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조직장은 “미소페의 여성신발을 생산하는 공장이 26일 갑자기 폐업했다”며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 그동안 국산(made in korea)으로 제작했던 미소페 구두를 중국산(made in china)으로 생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소페에서 10년 이상을 일한 제화노동자 25명이 일자리를 갑자기 잃었다”면서 “제화공들은 4대보험에 가입 안 돼 실업급여도 못 받아 당장부터 생계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측은 기습 이전한 슈메이저 이외에도 미소페 남화공장(엘제이에스), 미소페 6공장(LK), 7공장(원준) 등에서도 제화공들에 대한 처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엘제이에스 공장 사측 경우 최근 중국으로 일감을 보내면서 중국과 비슷한 인건비를 맞추지 않으면 모두 중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제화공들을 압박했다. 또 다수 공장에서 신발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제화공들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날 한 제화공은 “신발 한 짝에 이상이 나왔다고 제화공 1인당 50만원씩 총 6명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임금을 삭감하기도 했다”며 “50만원을 벌려면 제화공들은 75족을 만들어야 해 거의 1주일 치 임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루에 3~4족씩 일감을 주면서 제화공들을 협박하는 행위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고 호소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비경통상 사측이 제화공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앞서 수제화 제작에 따른 공임을 올려줄 것과 ‘소사장제’ 철폐를 요구해 왔다. 소사장제는 하청업체들이 제화공들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제화공들은 4대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제화공들은 각 사측에 Δ켤레 당 공임 3000원씩 인상 Δ소사장제 폐지 Δ사대보험과 퇴직금 보장 Δ표준근로계약서 작성 Δ노조 활동 보장 Δ연 1회 공임 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민 조직장은 “탠디 이후부터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으로 처우가 조금 나아지나 싶었지만 이슈가 잠잠해지니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 제화공들에게 공임을 깎지 않으면 중국으로 이전하겠다는 말들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해고된 25명은 10년 이상 미소페 신발을 만들었다”며 “이들이 지금의 미소페 브랜드 가치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비경통상이 마땅히 직고용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비경통상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마케팅부서로 돌린 후 전화가 끊어지길 반복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비경통상은 1998년12월10일 설립된 제화업체다. 엄태균 대표와 그 가족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이 업체는 미소페와 슈즈·핸드백 편집숍 ‘솔트앤초콜릿’을 자회사 이앤와이콜렉션은 ‘프리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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