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감안하면 이틀 지켜봐야 하지만 현실 불가능
“독감 걸려도 좀 지켜봐야”vs“부작용 없는 약 없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청소년이 환각 부작용으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방학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감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먹이지 않을 수 없지만, 복용 후 환각 증세를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고심이 커서다.
특히 부작용을 감안하면 복용 후 이틀 정도는 예후를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만큼 아이를 혼자 두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5시59분쯤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중학생 A양(13)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은 A양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환각 증세를 호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청소년들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에도 타미플루를 복용한 일부 소아와 청소년이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을 보이다 고층에서 뛰어내리거나 추락하는 사례가 수차례 보고됐다.
2009년 경기도 부천에서는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환청 증세를 호소하던 14세 중학생이 아파트 6층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2016년에는 마찬가지로 타미플루를 복용한 11세 초등학생이 21층에서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
독감이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중·고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이원우씨(42)는 “몇 년 전 독감이 유행했을 당시 아이들이 타미플루 처방 받아서 먹고도 별 탈 없이 지나갔지만 지금 이런 뉴스가 나오니 걱정이 된다”며 “이번 겨울에는 조금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독감에 걸린 자녀에게 타미플루 주사제를 맞췄다는 이희정씨(45·여) 역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씨는 “아이가 곧 고3이 되기도 하고 빨리 나아야 해서 주사를 맞추길 원하기는 했다”면서도 “부작용 기사를 본 뒤라 부쩍 신경이 쓰인다”고 우려했다.
육아 정보를 나누는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타미플루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용자들의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이용자는 “약이니까 부작용이 있어 봤자 배가 아프거나 두통, 손떨림 같은 일반적인 것이리라 생각했다”며 “환각과 환청이라니 이런 (부작용이 있는) 약을 아이들에게까지 먹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접 부작용을 경험한 사례도 잇따랐다. 한 이용자는 “타미플루 부작용이 의외로 흔하다. 저희 집 아이도 5살 때 인플루엔자에 걸려서 (타미플루를) 먹인 뒤 부작용이 혹독했다”며 “‘몸이 불에 탄다’, ‘다시는 그 방에 자기를 격려하지 말라’, ‘천장에 뭐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아이가 타미플루를 한 알 복용했다. 오늘 하루는 함께 지내 별 걱정이 없지만 맞벌이라 평일에 혼자 둬도 될 지 걱정된다”며 “(복용 후) 이틀 정도 지켜봐야 한다는데 조금 겁도 난다”고 우려했다.
한편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와 노인 등이 독감의 합병증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두살배기 자녀를 둔 장모씨(29·여)는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아픈 것을 일시적으로 막기 위해 먹일 수 있는 것이 타미플루뿐이라면 먹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독감이) 한 달 넘게 이어져서 폐렴까지 걸리면 아이도 엄마도 고생”이라고 말했다.
4살 딸의 아버지인 김모씨(32) 역시 “항생제를 먹어도 설사를 하고 코감기 약을 먹으면 졸리다. (타미플루 부작용도) 효용성에 비해 크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독감에 걸린다면 대안이 없으니 먹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맘카페 이용자는 “타미플루를 먹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는 사람은 불안만 커지고 있다”며 “안 먹이고 불안해 하느니 먹이고 잘 살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먹이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도 언론 등에서 잘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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