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지예요?” KT 위로금에 피해상인들 “배상하라”

‘KT 아현지사 화재 중소상인 피해대책 마련 간담회’
KT, 내년 1월 위로금 지급한다 밝히자, 상인들 반발

노웅래 의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상공인 화재피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News1

“위로금이라뇨? 먹고 떨어지라는 겁니까? 우리가 거지입니까?”

지난 11월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카드결제가 막혀 매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KT의 ‘위로금 지급 방침’에 크게 반발하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T 아현지사 화재 관련 중소상인 피해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화재피해 상인들은 “KT가 자신들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힌 상인들에게 배상이 아닌 위로금을 지급하며 잘못을 덮으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용 KT 전무는 이 자리에서 “지난 26일까지 접수받은 소상공인 피해사실과 KT가 직접 산출한 피해 사업장의 평균 매출 및 장애기간 등을 고려해 위로금을 산정했다”면서 “위로금 대상자를 확정해 내년 1월10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KT의 ‘위로금’이라는 말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상인들은 KT가 ‘위로금’이 아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상은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주는 것이고, 보상은 남에게 끼친 손해를 갚는 것이다. 위로금은 배상이나 보상과 달리, 책임지지 않아도 되지만 도의적으로 일정금액을 위로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대해 KT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금감면’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승용 전무는 “약관에는 장애시간에서 최대 5배에 달하는 요금을 일할계산해 보상하도록 돼 있지만, KT는 6배에 달하는 요금을 보상하겠다”면서 “화재로 매출에 심각한 피해가 있었음을 감안해 피해지역 상인들에게 평균 매출액과 카드결제액 등을 기반으로 산정한 ‘위로금’을 추가로 지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위로금 지급 방침’에 이은표 KT불통피해상인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KT 화재로 장사를 망쳐 경영이 어려워지고 가게 문을 닫은 곳도 있다”면서 “KT는 방화범이고, 국가는 방화 방조범인데, 손해 배상이 아니라 위로금을 지급한다니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계명 서울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장도 “우리는 KT에게 ‘우리 불쌍하니 좀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정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노웅래 의원도 “KT가 아현지사 등급 분류를 잘못해 D등급으로 두고 불법행위를 한 사실은 이미 드러났으며, 부실 관리책임도 명백하다”면서 “면피성으로 위로금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상인들의 피해사실을 명확하게 파악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간담회의 한 참석자는 “KT는 ‘사장님 성공팩’ 같은 통신상품을 패키지로 판매하면서 ‘소상공인들이 KT 솔루션을 사용하면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마케팅하고 있는데, 정작 장애가 발생하자 상인의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승용 KT 전무는 “KT는 결코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듣고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상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경청하고 입장을 조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화재 피해에 따른 상인들과 KT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는 양측 입장만 확인한 채 소득없이 끝났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