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교사 처벌은커녕 피해 학생들에 ‘처벌 불원’ 확인서 강요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31일 17시 55분


교사들 폭언과 폭력 사실 축소·은폐 의혹 부산 모 고교
교육청도 3개월동안 방치…“명백한 직무유기”비판 자초

학생들이 자치회 회의록을 통해 교사들의 폭언과 폭력에 항의하는 자세한 내용이 모두 사라지고 ‘학생에 따라 기분 나빠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주시길 건의함’이라는 내용으로 축소돼 있다. © News1
학생들이 자치회 회의록을 통해 교사들의 폭언과 폭력에 항의하는 자세한 내용이 모두 사라지고 ‘학생에 따라 기분 나빠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주시길 건의함’이라는 내용으로 축소돼 있다. © News1
교사들의 폭언과 폭력 사실을 축소·은폐한 의혹(뉴스1 12월 19·24·28일 보도)을 받고있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해당 교사들에 대한 처벌은커녕 오히려 피해학생들로부터 ‘선생님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 작성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교는 또 교육청으로부터 아동보호기관 또는 경찰에 신고하도록 공문을 받았는데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교육청은 학교가 공문대로 절차를 밟고 있는지 점검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12월에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시교육청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틈을 타 학교는 피해 사실을 진술한 학생을 불러모아 교사에 대한 ‘처벌불원’ 확인서까지 쓰도록 한 사실이 31일 확인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학교는 지난 9월 시교육청으로부터 ‘학생 보호조치’를 명목으로 넘겨받은 피해 학생 인적사항을 들고 아이들을 상담실로 불러 모았다.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써야 했다.

부산교육청과 해당 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 9월 17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동학대 의심 사안 관련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A고교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아동학대 의심교사에 대한 처리’ ‘재발방지를 위한 전 교직원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교육’ ‘후속조치에 대한 답변 제출’ 등이 적혀 있었다.

또 아동학대 의심 교사를 직무에서 배제시킬 것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같은 공문에 적힌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12월 27일 겨울방학 종업식을 마친 피해 학생들은 ‘확인서를 다시 적어야 한다’는 이유로 상담실에 또다시 불려갔다. 하지만 학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소집했던 학생들을 다시 해산하도록 지시했다.

이때문에 학교가 피해 학생의 신원을 보호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돕기는커녕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책임을 면피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한 피해 학생은 “교무실에서 마주친 선생님이 제 얼굴을 보시고는 대놓고 ‘더럽다’라고 말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상담실에 불려갔을 때는 폭언을 자주 했던 선생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적는거라고, 처벌을 원하는지 그게 아니면 괜찮다고 (확인서에)적어라고 했다”며 “더이상 폭언을 하거나 때리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선생님에 대한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고교는 최근 시교육청에 ‘학생과 교사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 해당 교사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를 내리겠다’는 통보를 전해왔다.

시교육청은 학교가 어떤 목적으로 피해 학생들로부터 확인서를 받았는지 그리고 매뉴얼대로 아동학대 의심사안을 경찰에 즉시 신고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아동학대법을 살펴보면 아동학대 의심사안을 알게 된 교사나 교직원가 즉시 신고하도록 되어있지만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교육청도 학교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마땅히 신고해야 한다”며 “2차례, 3차례 걸쳐 이행하도록 지도하지 않고 이를 수개월 째 방치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청조차 아동학대 의심사안을 알고도 아동보호기관이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교육부에서 검토해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부산ㆍ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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