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 상대로 7년 소송 끝에 작년 대법서 “증여세 부당” 판결
시신 모교에 기증… 생전 약속 지켜
모교에 180억 원을 기부했다가 140억 원대 증여세 폭탄을 맞은 뒤 세무당국을 상대로 힘든 법정 다툼을 벌였던 황필상 박사(71·사진)가 지난해 12월 31일 별세했다. 황 박사는 자신의 시신을 모교 아주대병원에 기증했다. 시신을 이 병원에 기증하겠다고 한 1994년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살아생전 나눔을 실천한 고인이 숨을 거둔 후에도 선행을 했다”라고 말했다.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황 박사는 26세 때인 1973년 아주대 기계공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그는 프랑스 국립과학응용연구소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공부하며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귀국한 뒤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1991년 교수직을 그만둔 그는 생활정보지인 ‘수원교차로’를 만들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생전에 약 280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황 박사는 2002년 “오늘의 내가 있게 해준 아주대에 감사한다. 앞으로 더 벌어들이는 재산이 있다면 그것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라며 장학재단을 설립해 아주대에 180억 원가량의 ‘수원교차로’ 주식을 기부했다.
그러나 수원세무서가 2008년 9월 “황 박사의 주식 기부는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의 무상 증여에 해당한다”며 재단에 140억여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재단은 이에 반발해 이듬해 12월 소송을 냈다. 1심은 황 박사의 기부가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볼 수 없다며 장학재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경제력 승계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수원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2017년 4월 대법원은 “경제력 세습과 무관하게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에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해 결국 황 박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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