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첫해가 밝기 전 1일 오전 3시30분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공영차고지 종점에서는 운행을 위해 시동을 걸고 예열 중인 버스들의 엔진소리로 적막이 깨졌다. 주차된 버스들이 새해 첫 출발을 기다리면서, 차고지 앞 도로를 지나는 승용차들의 주행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정도였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조용하던 차고지에는 늦은 새벽까지 이어진 밥벌이의 고단함을 달래며 귀가하기 위한 승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밤늦게까지 손님들을 집으로 실어 나르던 대리운전 기사들이 첫 차의 주요 고객이다.
송파공영차고지 내 대성운수 사무실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새해 첫 출근을 맞이해 회사에서는 따뜻한 쌍화탕과 어묵도 마련했다. 대성운수 집행부에서 새해 첫 운행 기사들을 위해 밤새 준비한 음식들이라고 한다. 운행 배정이 없는 기사들도 이날 새벽 사무실을 찾아 운행을 앞둔 기사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오늘도 안전운행 부탁드린다”며 덕담을 건넸다.
최종윤 대성운수 대표이사도 새해 첫 출차를 보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최 대표는 “새해 첫날이니만큼 첫 차 나가는걸 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오전에만 한 100분이 일하실 예정”이라고 했다.
오전 3시57분경 320번 버스를 시작으로 360번, 333번, 4419번, 440번 첫 차들이 잇따라 새해 첫 운행에 나섰다.
가락동 병원 영양실 출근을 위해 차고지에서 첫 차를 기다리고 있던 김영지씨(가명·여)는 “항상 새벽기도를 하고 출근하는데 오늘은 예배가 없어 마음 속으로 기도를 하면서 나왔다”며 “새해에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고 웃음을 띠며 말했다.
전날 저녁에 출근해 이날 새벽까지 근무하고 퇴근한 뒤 440번 버스에 올라탄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형한씨(42·남)는 “부산에서 올라와서 혼자 지내는 중인데 올 한해 돈도 많이 벌고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며 “부모님께는 카카오톡으로 인사하고 일어나시면 전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성 기사로 운전경력만 12년째로 440번 버스 운행을 맡은 김기순씨(55)는 그저 가족들의 건강만 생각했다. 김씨는 “새해소망 별거 있겠냐”며 “가족들 건강이 제일 중요하고, 3살인 손녀가 ‘할머니’라고 말하는데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전 5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과 석수역에도 새해 첫 태양이 뜨기 전부터 일상을 시작하기 위해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하 7.2도의 추위에 시민들은 하나같이 온몸을 꽁꽁 싸매고 마스크를 쓰거나 목도리를 둘러맨 채 이동을 하고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20대 여성도 점퍼 지퍼를 목끝까지 올리고 모자를 쓴 채 손이 시려운 듯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서울역사로 올라왔다.
서울 구로동에서 빌딩 관리업무를 하고 있는 이태형씨(71·남)는 “매일 아침 6시에 구로동으로 출근한지 약 12년이 됐다”며 “오늘 새해라고 저녁에 아들·딸 들이 찾아오기로 했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커피숍 아침 오픈을 위해 새벽 추위 속에 출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있었다. 김희원씨(25·여)는 “제야의 종을 친구들과 같이보고 3시간 정도 잔 뒤 출근하는 중”이라며 “올해는 꼭 취업 성공하는게 목표이고, 새해니까 마음 다잡고 다시 취업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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