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위협 등 지난해 893건 발생…67%가 주취상태
의사 살해에 의료계 ‘침통’…“폭행 절대 용납 안돼”
지난해 마지막 날이었던 12월31일 서울 대형병원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진을 향한 폭행·협박 등 사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응급실 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보건복지부와 함께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의 의료진 폭행·위협, 하루에 2~3건 꼴
1일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료진 폭행·협박 현황’에 따르면 2017년 의료기관 기물 파손과 의료인 폭행·협박으로 신고·고소된 사고는 89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2~3건씩 의료시설에서 의사 등 의료진에 위협을 가하고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셈이다.
그 중에도 폭행(365건)이 가장 많았고 위협(112건), 위계·위력(85건), 난동(65건), 폭언·욕설(37건), 기물파손·점거(21건), 성추행(4건), 협박(3건), 업무방해(2건), 기물파손(2건) 순이었다. 이 가운데 604건(67.6%)이 사건 가해자가 주취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에는 강원도 강릉의 한 신경정신과 의원에서 한 정신과 환자가 망치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환자는 원장에게 “망치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구두로 폭행을 예고한 뒤 얼마 후에 병원에 들이닥쳐 실제 망치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다.
◇응급실 폭행도 해마다 늘어…처벌강화법 국회 통과
분초를 다투는 응급실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에는 263건에 그쳤지만 2017년 365건, 2018년 상반기만 202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해 7월 전북 익산에선 술에 취해 손과 발로 병원 응급실 의사를 폭행해 코뼈를 골절시키는 등 중상을 입힌 4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같은해 12월30일 인천에서는 손을 다친 지인과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온 30대 남성이 의사를 폭행해 불구속 입건됐다. 피의자인 남성은 병원 측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 폭행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최근 응급실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부터는 응급실 폭행으로 의료진이 다치면 가해자는 징역형으로 처벌받는다.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다치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제도는 정비되나 현장은 여전…의협 ”의료진 폭행 절대 안돼“
이처럼 법률은 조금씩 정비되고 있지만 병원 내에서 환자들이 의사를 대하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의료진에 대한 폭행·폭언은 직접적으로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일이기 절대 있어선 안되는 일“이라며 ”일단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데에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문제고, 의료기관의 특수성상 몸이 아픈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흥분하기 쉬운 환경이란 점도 이유“이라고 지적했다.
단순 폭언·폭행이 아니라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의료계는 침통에 빠져있다.
최 협회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충격은 상당한데, 사후에 그 사람을 엄중하게 처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며 ”심지어 의료기관에 총기, 흉기 등의 소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검색대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병원은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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