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숨진 임세원(47) 교수가 생전에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헌신해 온 전문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임 교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와 관련된 학술논문 10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관련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지난 2016년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냈다.
또 지난 2011년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 2017년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을 받았다.
그는 생전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을 통해 신경정신과 전공을 택하고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 임 교수는 “나는 손재주도 없고, 건강도 그리 좋지 못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외국인이지만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까지도 모두 ‘보고 듣고 말하기’를 통해 서로를 지켜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임 교수의 부고를 전해 들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생전의 헌신적인 모습을 기억하며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임 교수로부터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한 누리꾼은 “예전에 제가 한참 힘들었을 때 저를 보듬어 주시던 주치의 선생님”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누리꾼 역시 댓글을 통해 “저도 어제 알고 계속 울었다. 정말 힘들 때 큰 도움이 되어 주신 분이다. 정말 다른 의사들과는 다르셨다”며 “그간 힘들 때마다 ‘교수님 보러 가면 되지’ 하며 힘을 얻었는데 앞으로 힘이 들 때 어디로 가야 할지…”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치료를 받는 어머니와 함께 내원하며 임 교수를 알게 됐다는 한 누리꾼은 “항상 친절하시고 진료 끝나고 늘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90도로 인사해 주셔서 ‘저런 의사도 있네’ 싶었다”며 “어머니도 ‘착한 사람은 일찍 하늘로 가는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냐’며 안타까워하셨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 박모씨(30)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는 2일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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