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해넘이·해맞이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진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2019년은 황금돼지해’라며 신년운세를 알려주는 이벤트를 시행하는 온라인 쇼핑사이트도 많습니다. 해마다 어른들은 새해가 되면 흔히 토정비결이라 불리는 점을 보기도 합니다. 토정비결은 한 해의 운세를 알리기 위해 미리 보는 일종의 ‘예언서’입니다. 예언에는 좋은 예언이 있는가 하면 조금은 불길하니 조심하라는 경고도 있습니다. 서영이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년운세를 본 스타가 새해 초에 들은 예언이 그해에 실제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보도를 들었습니다.
서영: 토정비결이나 신년운세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해요?
엄마: 자연 현상을 살펴보면 모든 자연에는 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그래서 인간의 운명 또한 자연과 더불어 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데서 토정비결이 시작됐단다.
서영: 아. 그래서 신년운세 등을 보는데 태어난 해, 태어난 날, 태어난 시 등을 알아야 하는 거군요.
엄마: 동양에서는 태어난 시점으로 인간의 미래를 점치려 했는데, 이를 ‘사주팔자’라고 해.
○ 사주팔자와 60진법
우리 조상은 해를 나타내는데 지금처럼 서기 2019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활용해 해(연간), 달(월간), 날짜(일간), 시간 등을 표기했습니다. 천간지지(간략히 간지)를 ‘육십갑자’라 불리는 이유는 10간과 12지의 최소공배수인 60을 주기로 이름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10간은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붙여도 되겠지만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로 부릅니다. 또 12지도 마찬가지로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라는 12종류의 동물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해의 띠로 알고 사용하는 동물이 바로 12지에서 온 것이지요.
사주팔자는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을 출생 연, 월, 일, 시의 네 가지 기둥으로 보고, 연월일시 각각을 간지로 표현한 두 글자를 대응시켜 모두 8글자(4×2=8)가 됩니다. 이에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불립니다. 사주팔자로 점을 친다는 것은 이런 사주와 간지의 조합을 생각하면서 판단하는 것으로 상당히 복잡한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사주팔자는 운명이 똑같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사주팔자에 의해 사람의 운명이 정해진다면 같은 운명을 지닌 사람이 또 태어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2019년은 기해년인데, 최소공배수인 60년이 지난 2079년이 되면 다시 똑같은 기해년이 되고 같은 운명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또 태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 토정비결의 점괘 수는 오직 144개
‘토정비결(土亭秘訣)’은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토정이라는 호를 가진 조선시대 학자 이지함이 지은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토정비결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 정보를 사용해야 합니다. 태어난 해, 태어난 달, 그리고 태어난 날입니다.
사주팔자가 연월일시 사주를 고려한 것이라면 토정비결은 출생 연월일만 고려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삼주(三柱)가 됩니다. 사주에 비해 단순해 보다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각각 태세수, 월건수, 일진수라 하고 이를 60갑자로 나타내는 숫자에 나이를 더하고 각각 8, 6, 3으로 나눠 나머지 수에 해당하는 숫자를 각각 백의 자리, 십의 자리, 일의 지리 수로 나타내 점괘를 찾아보게 됩니다. 단 나머지가 0일 때는 8, 6, 3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들을 모두 고려하면 8×6×3=144개의 괘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첫 번째 괘는 111이고 마지막 괘는 863이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구해진 세 자리 수를 토정비결 책에서 찾으면 1년 운세와 각 달의 신수를 알 수 있답니다. 그러나 토종비결의 점괘는 삼주를 사용하기에 사주를 사용하는 사주팔자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같은 점괘를 가지게 됩니다.
토정비결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리송한 문장으로 돼 있다는 겁니다. 이에 틀릴 가능성을 많이 줄여 해석에 따라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더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토정비결의 예언이 80%가 좋은 운수, 즉 희망적인 내용으로 돼 있다는 점입니다.
○ 예언서의 밑바탕, 수학
이런 예언서는 세상에 모든 것의 밑바탕이 되는 진리가 ‘숫자’ 속에 감추어졌다고 믿는 ‘상수학’에 근거합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도 이런 학문에 근거로 한 학파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도 해와 달 등 천체의 움직임을 수치로 설명하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사주팔자나 토정비결은 우주의 생성과 변화를 수치로 설명할 수 있고, 그 질서가 수학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사람의 운명에 적용한 것입니다. 물론 세상의 많은 다른 변화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태어난 시점 몇 가지만을 숫자로 나타내 예측하려 한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새해를 맞아 신년운세나 토정비결의 ‘맞고 안 맞음’을 떠나 이를 통해 1년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한 해를 준비했던 조상의 지혜를 배우면 어떨까요. 또 우리 조상들이 우주의 변화와 사람의 운명을 수학의 질서에서 찾으려 하고 이에 대해 탐구해 얻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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