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도심 제조업을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꼽았다. 서울은 임차료와 인건비 등이 비싸 제조업을 하기에 불리하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제조업을 보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는 제조업 중흥과 산업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울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활용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Made in Seoul 만드는 사람들’ 기획에 소개된 강소기업의 창업자들은 도심 제조업의 살길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전통 목형기술에 3차원(3D) 프린팅을 접목한 업체 ‘정수목형’은 첨단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주얼리 기업 ‘오드블랑’과 패션업체 ‘만지’는 상품에 스토리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도심에 방앗간을 짓고 참기름을 짜는 ‘쿠엔즈버킷’은 차별화·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창업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 ‘서울 브랜드’를 결합한다면 부가가치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Made in Seoul’이란 이름의 브랜드 인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 만든 상품에 ‘서울에서 만들었다’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올해가 이 브랜드를 공식으로 띄우는 원년인 셈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봉제 제품에 ‘Made in Seoul’을 붙인다. 이주영 서울시 도시제조업팀장은 “봉제업이 다른 제조업보다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서울이라는 브랜드가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세업체가 많아 가장 먼저 브랜드 인증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봉제에 이어 제화를 비롯한 다른 패션 분야로 인증 영역을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가공품, 식품 같은 제조업 전반에 브랜드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제조업별 거점 시설인 ‘스마트 앵커’ 건립도 본격화한다. 스마트 앵커는 3D 프린터처럼 첨단 설비를 장만하기 부담스러운 소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 간 협업도 도모하는 공간이다. 현재 ‘성동 수제화’ ‘중랑 봉제’ ‘중구 인쇄’ ‘구로 기계금속’ ‘강북 봉제’ 등 자치구별로 스마트 앵커 터 5곳이 확정된 상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스마트 앵커 20곳 건립을 목표로 세웠다. 조인동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자치구들이 스마트 앵커 건립에 적극 나서게 하려면 정부가 시설 건립에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심 제조업을 부흥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조 본부장은 “과거에는 주로 중국 보따리상들이 서울에서 옷을 사가지고 중국에서 파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기업 간 거래(B2B)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주요 해외 판로가 될 중국의 현지 기업과 원활하게 접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 달라는 주문이다.
김지만 만지 대표도 “국내 패션산업은 중국 같은 해외시장을 열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지금보다 해외 개척 루트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심 제조업 선도자들은 정책 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제조업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이 절실하다고 제조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 김의찬 정수목형 대표는 “청년들이 새로운 아이템만 찾다가 카페 같은 특정 업종에 몰려 출혈 경쟁을 한다”면서 “오래 축적된 전통 제조업 기술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쿠엔즈버킷에 대해 ‘서울 한복판에서 짜내는 참기름’이란 아이템에만 주목하기 쉽다. 그러나 박 대표는 2013년 창업 후 국립식량과학원과 3년간 종자 연구를 했고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6년째 계약 재배를 하고 있다. 도심 제조업이 이슈가 되고 여러 지원책이 나온다고 해서 무턱대고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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