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다른 자녀도 학대 정황 있는지 조사
남편들과 결별 세자녀 독박육아…경제난 시달려
한파가 몰아닥친 새해 첫날 네살배기 친딸을 다세대주택의 추운 화장실에 가두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것으로 의심받는 엄마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결과 숨진 아이의 안면에서 심한 피멍이 발견돼 상습적인 학대 피해 정황이 의심된다.
의정부경찰서는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이모씨(34)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45분께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딸 A양(4)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씨의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했을 때 A양은 이미 숨져 있었다.
이씨는 “딸이 새벽에 ‘바지에 쉬했다’면서 깨워서 벌을 준 것일 뿐”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전 6시께 A양을 화장실에 가두고 3시간가량 방치했다. 추위에 몸이 굳어 A양의 의식이 혼미한 것을 알았지만 이씨는 딸을 곧장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온수로 씻긴 뒤 방 안에서 이불을 덮는 등의 미온적인 조치로 7시간 동안 방치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인근에 사는 자신의 어머니를 불러 함께 A양을 돌봤지만, A양이 숨질 때까지 병원으로 데려가거나 119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결국 딸의 숨이 멎고 나서야 119를 불렀다.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씨는 “돈이 없어서”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국과수는 1차 부검 결과 ‘숨진 아이의 안면에서 심한 피멍이 발견됐으며 사망원인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머리 부분에서 나타난 피멍이 직접적 사망원인일 수도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씨가 이날 새벽 아이를 심하게 폭행하고서 화장실에 가둔 사실을 은폐 또는 축소하려고 신고를 최대한 늦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새벽 기온은 영하의 추위였다. 숨진 A양의 체격이 왜소해 영양결핍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각기 다른 남편 사이에서 난 9살, 6살, 4살 세자녀를 홀로 키우던 이씨는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경제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막내는 이씨가 지난달 이혼한 세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행정당국은 이씨가 숨진 A양의 오빠와 언니에게도 학대한 혐의가 있는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의정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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