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소방지휘부 불기소 처분 반발…법원 재정 신청
“소송과 보상 병행 어려워” 충북도와 협의도 제자리 될 듯
29명이 숨진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소방 지휘부 처벌과 진상 규명, 유가족 보상 협의 등을 놓고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2일 제천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검찰의 소방 지휘책임자 불기소 처분·항고 기각에 불복해 최근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에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적절한지 법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소방 지휘책임자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검찰의 판단이 적절한지 법원이 직접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검찰로부터 재정신청을 넘겨받은 법원은 3개월 이내에 기각이나 공소(재판에 넘김)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최대 3개월 간 소방 지휘부가 재판을 받을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 움직임도 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9일쯤 유가족 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평가단’ 구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합동조사단의 화재 조사부터 경찰·검찰의 수사 과정까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진상조사평가단은 유가족의 요청으로 행안위 권은희 의원이 제안했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충북도와 유가족의 보상 협의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국회·도의회에서 원만한 보상 협의를 주문하자 지난해 11월부터 유가족과 이 문제를 논의해 왔다.
협의의 핵심은 가급적 소송까지 가지 말고, 사전에 위로금 지급 등으로 원만하게 보상 문제를 마무리 짓자는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이 소방 지휘부에 대한 처벌과 진상 규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충북도와 갈등을 빚었다.
충북도는 법적인 처분이 이뤄지면 이와 별개로 보상 협의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에서 제천 화재 참사에 지자체나 소방의 과실·책임이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 국가배상법 등에 따라 배상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복 보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충북도의 판단이다.
실제 충북도는 협의 과정에서 유가족에게 위로금 지급의 조건으로 소방지휘부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 포기 등을 요구했다가 반발을 샀다.
이런 입장에도 유가족이 재정신청을 내면서 충북도와 보상 협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만약 유가족이 재정신청을 취소하고, 국회에서도 진상조사평가단 구성을 철회하면 보상 협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유가족이 재정신청을 낸 상태에서 보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2017년 12월21일 오후 3시53분쯤 제천시 하소동 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현장지휘관이 비상구 위치와 건물 내 생존자 파악 등 소방활동을 위한 정보 획득이 미흡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지난해 5월 소방지휘부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소방지휘관에 대해 인명 구조 지연의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유족들은 이에 불복해 대전고검에 항고했으나 지난해 말 기각됐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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