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고3 교실 ‘사제 동영상’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3시 00분


강원교육청, 10분 분량 동영상 제작
담임은 기타 치며 제자들 격려하고 학생들은 추억의 깜짝선물 준비
교사의 은사와 ‘깜짝 만남’ 주선

동영상 ‘사제동행―마지막 선물’에 출연한 춘천 봉의고 김병현 교사와 학생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 교사이고, 그 옆은 초등학교 시절 은사인 이루다 교사. 동영상 캡처
동영상 ‘사제동행―마지막 선물’에 출연한 춘천 봉의고 김병현 교사와 학생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 교사이고, 그 옆은 초등학교 시절 은사인 이루다 교사. 동영상 캡처
강원 춘천시의 고교 3학년 담임교사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 ‘사제동행―마지막 선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게재된 이 동영상은 2일 오전 11시 현재 페이스북에서 74만 회, 유튜브에서 3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강원도교육청이 졸업 시즌을 맞아 제작한 것으로 10분 분량이다. 춘천 봉의고 3학년 3반 김병현 교사와 학생들이 주인공. 힘겨운 고3 수험생 제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김 교사가 벌인 일들과 담임선생님을 위한 제자들의 깜짝 이벤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동영상은 ‘수능 끝난 고3 교실이 눈물바다가 된 사연은?’이란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김 교사는 입시를 준비하는 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기타를 치며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들려준 적이 있다. 이 장면도 동영상에 담겼다. ‘시험지에 삶의 답은 없는걸/등급이 너를 말할 수 없듯이/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갈지/길을 찾는다면 그게 바로 합격이야….’

김 교사는 대학 수시 합격자 발표가 있던 지난해 12월 14일 교실에서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마미손의 ‘소년점프’를 패러디해 가면을 쓴 채 랩을 하는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 재치 있는 가사와 흥겨운 동작에 학생들은 포복절도할 정도로 재미있어 한다.

학생들은 동영상을 통해 담임선생님을 위한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선생님은 없었어요. 노래해 주셨을 때 솔직히 울컥했죠” “나중에 교사가 됐을 때 병현 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을 선생님, 사랑해요” 등 학생들의 말에 김 교사의 눈가는 금세 촉촉해진다.

이어 학생들이 준비한 추억의 깜짝 선물이 등장한다. 김 교사가 가장 존경하고, 지금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초등학교 시절의 은사인 ‘이루다 선생님’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 먼저 이 선생님의 영상 메시지가 나오자 교실은 숙연해진다.

“병현아,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프랑스 시인의 말처럼 생각하며 살기를 바라네. 따뜻한 감성으로 다가가는 교사가 되고, 행복하시게.”

그리고 잠시 뒤 이 선생님이 직접 교실을 찾아와 사제 간의 만남이 이뤄졌다. 선생님은 꽃다발과 책 한 권을 교사가 된 제자에게 선물했다. 사제 간의 정겨운 포옹 장면을 지켜본 학생들은 눈물을 훔치며 힘찬 박수를 보냈다. 김 교사는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대학 합격이 꿈은 아닌 것처럼 대학은 하나의 발판일 뿐”이라며 “선생님이 나를 기억하는 것처럼 나도 학생들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교육청#사제동행#봉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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