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풍경] ‘근무 중 이상 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3시 00분


《뉴트로는 새로운 것(뉴·new)과 옛것(레트로·retro)을 합친 말입니다. 복고를 새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새 의미를 찾는 새 트렌드입니다. 인천 구석구석에 온전히 살아있는 과거를 현대 감각으로 되짚어 봅니다.》


마당 있는 집이 흔하던 시절, 집에서 키우는 개는 애견이 아닌 경비견이었다. 요즘엔 폐쇄회로(CC)TV나 무인경비 시스템이 집을 든든히 지켜주지만 예전엔 잡상인을 퇴치하거나 담 넘는 좀도둑을 물리친 ‘우리집 캡스’는 마당쇠 개였다. 개 이름이라 해봤자 해피, 독구, 쫑, 메리, 누렁이, 바둑이가 고작이었다. 그 동명이견(同名異犬)의 견공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 집을 굳건히 지켜줬다. 웬만한 집 대문에는 ‘개조심’ 팻말이 붙어 있었다. 몸집 작은 개를 키워도 ‘맹견주의’라고 써 붙였다. 개를 키우지 않아도 위장으로 걸어놔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이 집 대문에는 아예 실감나게 개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개집과 개밥그릇도 있다. 낯선 이를 노려보는 경비견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2019년 돼지해에도 집개의 임무는 계속되고 있다.
 
글·사진=유동현 인천이야기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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