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생전에 편견없는 치료 강조”
임세원 교수, 범인에 쫓기면서도 다른 의료진 대피시키려다 참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건 당시 범인에게 쫓기면서도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이 대피했는지 확인하려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교수의 여동생인 임세희 씨는 2일 임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병원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가해자가 위협했을 때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텐데, 두 번이나 멈칫한 채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112에 신고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우리 가족의 자랑이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과 모든 사람이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명 ‘임세원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의료진이 빠져나올 수 있는 뒷문 설치, 경찰과의 핫라인 및 비상벨 설치, 금속탐지기 도입 등을 논의해 의료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일대일 대면이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의 안전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또 의료계와 협의해 진료환경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빈소를 찾은 이들에게 안전한 진료 환경 못지않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과 가까운 한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낙인찍히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고인이 평생 가졌던 뜻이다”고 전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이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 진료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31일 사건이 벌어진 병원 본관 3층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실 앞에는 보안요원이 배치됐다. 병원 관계자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에 대한 정신과적 진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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