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최윤수, 1심 유죄…“차장 지위 남용”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3일 13시 20분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수(52) 전 국정원 2차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3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차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개입 혐의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이 중요한 부분에서 일치하고 보고 경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이며, 허위나 과장의 동기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최 전 차장은 이 사건 업무와 관련한 전결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직원들이 사회적 논란을 고려해 중단 건의를 했으나 최 전 차장 지시로 (블랙리스트 업무를) 계속 수행한 이상 자발적으로 임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국정원 업무를 고려하면 위법 업무를 계속하라고 지시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전 차장은 전결권을 가져 제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블랙리스트 업무를 계속 수행하게 해 2차장 지위를 남용했다”며 “부임 전부터 계속적, 일상적으로 이뤄진 범죄로 기존 수행되던 다른 인사 검증 업무로 인식한 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업무를 계속하라고 했던 것 이외에 추가 지시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좌파 성향 지원을 막아야 한다는 언동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블랙리스트 실행과 관련한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또 우병우(52) 전 청와대 민정수석, 추명호(56)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석수(56) 전 특별감찰관(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승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우 전 수석과 추 전 국장과 공동정범 관계라는 것은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인데, 우 전 수석이 세평을 수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문체부 공무원 사찰에 관한 혐의에 대해서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 전 차장은 2016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해 문체부로 통보하는 등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과 문체부 간부 등에 대한 부정적인 세평을 수집, 보고한 과정을 승인 및 지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전 차장은 이날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 판단과는 달리 (블랙리스트 업무의) 중단 건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그 부분에 관련해 항소심에 가서 다시 판단을 받아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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